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사이버도박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5월 18일부터 운영 중인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에 접수된 신고가 800건을 넘어서면서 청소년 사이버 도박 문제에 대한 예방과 조기 개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부터 7월 14일까지 ‘전국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통해 접수된 신고는 전국 기준 총 80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청소년 본인이 직접 신고한 사례는 629건으로, 전체의 약 78%를 차지했다.
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아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또래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도박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큰 빚을 떠안고 이를 갚기 위해 성매매, 절도‧사기, 마약 운반 등 2차 범죄로 내몰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4년 만 13세~19세 청소년 가운데 사이버도박을 직접 경험한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1명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불법 대출을 이용하거나 친구에게 고리대금 사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57%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불법 도박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사기(36.2%) △절도(22.2%) △폭력 또는 협박(13.7%)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고 응답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성착취 및 성매매(5.7%) △유해업소 아르바이트(5.3%) △마약배달(4.2%) △보이스피싱(2.8%) 등 조직적인 범죄에 또래 친구가 연루된 것을 목격했다는 응답도 확인됐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임지연 선임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특정 청소년의 개인 일탈로 볼 문제가 아니라 모든 청소년을 둘러싼 유해 환경에서 비롯된 사회적 문제”라며 “학교 안에서 도박하라고 유인하는 일명 ‘슈퍼 전파자’ 등 친구로 인해 사이버도박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확산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디지털 가속화에 따른 신‧변종 디지털 유해환경 △열악한 또래 놀이 환경 △경제적 불안정과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사회적 환경 등을 꼽았다.
그는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청소년들이 도박 사이트에 손쉽게 노출되고 있다”며 놀거리가 부족해 사이버도박이 또래 놀이 문화처럼 되고 있다. 실제 아이들에게 사이버 도박을 중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집중할 수 있는 여가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응답이 1순위로 나타났다“고 답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자마저 투기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를 보며 성장했지만, 정작 투자와 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경험은 많지 않다”며 “차곡차곡 돈을 모아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보다 한 번에 큰돈을 벌고 싶다는 사행심이 사이버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돈의 흐름과 노동-돈-인간의 삶의 관계 등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를 처벌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 보호와 회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도 도박이 잘못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도박 빚을 지면 얼마나 위험한 지는 잘 모른다”며 “단기간에 빚이 쌓이고 너무 가혹하게 일이 확대된다. 하지만 도박이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빚이 생겼다는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는 청소년이 많지 않다. 어른들이 알지 못할 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사이버도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와 처벌에 앞서 청소년을 사이버도박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미 노출된 청소년들이 회복할 수 있는 안전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법무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징계 중심이 아닌 보호와 회복 중심으로 접근하고, 전문기관을 연계해 줄 수 있는 학교 중심의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 스스로 디지털 환경을 분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는 오는 8월 말까지 진행된다. 신고 대상은 사이버도박을 한 사실이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 또는 보호자로,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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