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 상실 위기에 놓이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그를 감쌌다.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고 항소심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결론은 같았다. 그러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판결의 증거와 논리를 공격했고,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야당 탄압을 꺼냈다. 같은 옹호 속에서도 오 시장과 경쟁하거나 갈등해 온 인사들의 정치적 위치에 따라 문법은 달랐다.
◇ 오세훈 사법리스크… 잠재 주자 셈범 분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하고 후원자 김한정 씨가 비용 2,100만원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판결 직후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정치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오 시장이 지방선거 이후 당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만큼 1심 판결만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지 않도록 당 차원의 방어선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인사들의 반응도 표면적으로는 다르지 않았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관련자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비약이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판결이 바로잡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 대표도 “아쉬움이 크다”며 “상급심의 판단을 믿고 서울시정은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차이는 옹호의 근거에서 드러났다. 한 의원은 명씨 등 관련자 증언과 재판부의 판단 구조를 직접 문제 삼았다. 반면 장 대표는 판결의 구체적인 증거보다 “정작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은 모두 멈춰 있다”며 여야 간 사법 형평성을 앞세웠다. 한 의원은 오 시장 개인의 재판을 파고들었고 장 대표는 사건을 이재명 정권의 야당 탄압이라는 당 차원의 대여 투쟁으로 옮겼다.
이 차이는 오 시장과 두 사람의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오 시장과 한 의원은 최근 장동혁 지도부에 맞서 느슨한 연대를 구축했다. 장 대표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이유로 서울시장 재선거를 주장하자 두 사람은 나란히 반대했다. 오 시장은 한 의원 제명과 당 쇄신 문제를 놓고 장 대표의 퇴진까지 요구했다.
당장은 한 의원에게 오 시장이 장동혁 지도부에 맞설 우군이다. 동시에 두 사람은 개혁 보수층을 기반으로 차기 주자 자리를 다투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오 시장이 정치적으로 생존하면 장 대표를 견제할 연대가 유지되고 확정판결로 이탈하면 한 의원이 그 공간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자의 위기를 반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판결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 한 의원에게는 가장 부담이 적은 선택인 셈이다.
반면 장 대표의 처지는 다르다. 오 시장이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 자신을 압박해 온 당내 축 하나가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직 대표가 당의 핵심 광역단체장에게 거리를 둘 경우 계파 갈등을 사법 리스크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오 시장의 결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이 대통령 재판과 야당 탄압을 앞세운 것은 오 시장을 방어하면서도 자신의 대여 투쟁 구도 안에 사건을 배치한 것으로 읽힌다.
다른 잠재 주자들의 메시지는 판결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향후 절차와 시정 안정에 무게를 뒀다. 안철수 의원은 “오늘 판결은 1심 판단으로, 앞으로 긴 법적 절차가 남아 있다”며 “무엇보다 오세훈 시장은 상심하지 마시고 서울시정에 흔들림 없이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 판단을 직접 비판하거나 오 시장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은 채 1심 판결의 비확정성과 시장직 수행을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시정 안정을 당부했지만 판결에 대한 평가는 안 의원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나 의원은 “6년이 지난 지금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 있던 사건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정치재판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남은 항소심 절차에서 철저한 소명을 하길 바란다”며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이 열리는 법”이라고 했다.
안 의원이 재판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남은 절차와 시정에 방점을 찍었다면, 나 의원은 판결을 정치재판으로 규정하면서도 오 시장의 결백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오 시장을 방어하되 항소심에서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임까지 덜어주지는 않은 셈이다.
이번 판결로 보수 진영의 차기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오 시장과 한 의원을 양축으로 재편되던 상황에서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직 상실형이 확정되면 한 의원에게는 개혁 보수층을 흡수할 공간이 넓어지고, 장 대표로서는 자신을 압박해 온 당내 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 안 의원과 나 의원에게도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넓힐 여지가 생긴다.
이 때문에 판결 직후 나온 메시지는 모두 오 시장을 옹호하는 듯 보이지만,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의 시선은 이미 판결 이후의 당내 구도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을 방어해야 한다는 당장의 이해는 같아도 그가 정치적으로 생존할 때와 물러날 때의 셈법까지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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