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우천 취소를 가르는 기준으로 프로야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쓴소리까지 내뱉었다. KBO도 곤란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은 21일 수원 두산-KT전 발생했다. 이날 새벽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그런데 오후부터 날이 개더니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5회를 기점으로 다시 비가 쏟아졌다. 결국 6회초 1사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중단 시점은 20시 24분이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기미가 보였고, 21시 재개를 목표로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방수포를 걷자 장대비가 쏟아졌다. 금세 내야에 물웅덩이가 생겨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방수포밖에 깔지 못했다. 결국 41분을 더 기다린 뒤 21시 41분에 경기가 재개됐다.
사달이 났다. 김현수가 9회초 포구 과정에서 허벅지 뒤편 근육 부상을 당했다. 포구 도중 발이 미끄러졌고, 그때 허벅지 근육이 놀란 것. 결국 오윤석과 교체됐다. 안재석도 수비 도중 넘어지는 등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연장 11회 승부 끝에 2-2로 경기가 끝났다.

22일 이강철 감독은 "이번 감독자 회의에서 30분 기다리고, 그다음 20분 더 기다리고, 경기가 안 될 것 같으면 취소하자고 했다"라면서 "77분 지나고 애들 몸 풀러 나가는데 다칠까 봐 걱정했다, 결국 다치지 않았나. 어제 김현수 다친 게 미끄러워서 다친 거다. 포구할 때 딱 버텨야 하는데 미끄러우니까 다리가 쭉 늘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철 감독은 KBO의 결정이 아쉽다고 했다.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천 취소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이 없다는 주장.
김원형 감독도 "예전에는 30분 정도 기다리고 경기 개시를 결정했는데, 그 기준점이 모호해졌다. 그래서 감독자 회의에서 명확한 기준을 만들자고 했다"라면서 "경기 강행은 팬 분들을 위한 것이 크지 않나. 한편 무리하게 강행해서 좋아하는 선수가 다치면 어쩌나. 그런 부분은 이해를 해야 한다. 양보가 아닌 이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유독 우천 중단 후 경기 재개 혹은 취소에 대한 불만이 튀어나온다. 현장은 기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4일 잠실 한화-두산전은 106분의 기다림 끝에 경기를 재개한 뒤 마무리됐다. 반면 6월 30일 대잔 KT-한화전은 86분을 기다리다 경기가 취소됐다.
당시 날씨, 그라운드 상황을 전반적으로 따져 본 뒤 나온 결정이겠으나, 아쉬운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현장은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명확한 메뉴얼을 통한 취소 혹은 재개를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감독자 회의에서 30+20분 발언이 나온 것. 기다리는 시간을 30분에서 50분으로 늘리고, 일정 시간 내에 경기가 가능하면 경기를 개시, 불가능하면 상황에 상관 없이 취소를 하자는 것.

KBO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30+20분 대기가) 완전 메뉴얼화 된 내용은 아닌데, 그것에 준해서 하려고 한다. 실행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그 부분을 논의해서 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KBO 내부도 고심이 큰 듯했다. KBO 관계자는 "참 어렵다. 저희는 최대한 경기를 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예보를 보고 저희도 움직임을 가져갔는데 요새 예보가 많이 달라지지 않나. 지난주 4연전도 절반은 취소될 줄 알았는데 거의 다 했다. 참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KBO의 어려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의 기후가 변하며 기상 상황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경기를 취소한 뒤 금방 비가 그치면 팬들은 KBO를 맹비난한다.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선택을 해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다만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보인다면, 찾아와 주시고 시청해 주시는 팬들을 위해 최대한 속행을 하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기준점은 필요하다. 경기 중단과 취소에 대한 규칙을 보면 매우 주관적임을 알 수 있다. 2026 야구규칙 4.03 (e)항을 보면 "주심은 플레이를 중지한 뒤 최소한 30분이 지날 때까지는 경기의 종료를 명해서는 안 된다. 또 주심은 플레이 재개의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면 일시정지 상태를 연장해도 된다"고 되어 있다.
추가로 [원주2]를 보면 "주심은 어떠한 경우에도 경기를 완료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경기 완료의 확신이 있으면 주심은 30분간의 일시정지를 반복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경기를 속행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경기를 완료할 가능성이 없을 때만 경기의 종료를 선언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

김원형 감독의 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령탑은 "만약 어제(21일) 그 기준점으로 (종료됐다면) 저희 패배로 끝났을 것 아닌가. 두산 팬분들은 굉장히 화가 날 것이다. 그런데 그 기준점이 명확하게 있다면 화가 나도 때로는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만들어 가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경기의 속행이 중요한 만큼 중단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안전, 그리고 팬들의 쾌적한 관람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우천 관련 기준이 필요한 때다. 여름 '장마'가 아닌 국지성 '스콜'이 쏟아지는 현재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현장과 KBO가 모두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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