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실적·자본·안전 등 세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직면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내달 첫째 주 예정된 실적 발표를 불과 2~3주 앞두고 터진 이번 인천 32물류센터 화재는 실적 회복 시나리오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쿠팡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억4200만달러를 기록하며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성장률도 8%로 상장 이후 처음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6246억원 규모의 과징금까지 더해졌다. 과징금 규모는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 약 6790억원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 1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대규모 과징금 이슈까지 겹쳐 올해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대형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우려와 긴장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32센터 화재는 지난 18일 발생해 61시간 이상 이어졌으며, 지상 8층·연면적 약 29만9000㎡ 규모의 수도권 핵심 물류 거점 가동이 중단됐다. 재고와 물류 설비 피해를 비롯해 시설 복구와 대체 물류망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쿠팡은 부천·고양·동탄 등 수도권 내 다른 물류센터로 주문 물량을 분산해 대응하고 있다.
쿠팡 측은 “인근 물류센터를 통해 인천 물류센터의 공백을 메울 수 있어 배송 차질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며 “화재 당일 배송에 차질을 빚은 고객에게 1인당 5000원 상당 쿠팡캐시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1년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례에서 보듯 물류 거점의 장기 중단은 서비스 차질과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이후 실제 손실 규모를 산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쿠팡은 물량을 인근 센터로 분산했지만 일부 상품의 일시 품절과 배송 지연이 발생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화재 이후 2주간 쿠팡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945만명에서 834만명으로 110만명가량 감소한 바 있다.

당시 전소된 덕평센터는 재건축을 거쳐 현재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정식 재가동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화재 관련 손실도 올해 3분기 실적에 우선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을 통한 사후 보전이 이뤄지더라도 수령까지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덕평센터 화재 당시에도 사고 직후 관련 손실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한 뒤, 3년여가 지난 2024년 4분기에야 보험금 약 3600억원을 수령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과 화재는 비용 성격이 다르지만 올해 쿠팡 실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2분기 과징금 여파에 이어 3분기 화재 손실 비용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쿠팡의 수익성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재 여파는 쿠팡의 물류 자산 운용 전략과 물류센터의 구조적 안전성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쿠팡은 대규모 물류센터를 직접 보유하기보다 외부 자본이 구축한 인프라를 장기 임차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이번에 불이 난 인천32센터 역시 이지스자산운용이 약 5800억원에 인수한 뒤 쿠팡이 장기 임차한 구조다. 대형 사고 발생 시 임차인은 운영 차질을, 자산 보유자는 복구 및 임대수익 공백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향후 투자자들의 물류 자산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 확산 위험과 초기 진화의 어려움이 꾸준히 지적됐지만, 5년 만에 대형 화재가 반복되면서 기존 안전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덕평 화재 이후 2024년부터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NFPC·NFTC 609)을 시행했다. 물류창고에 방수량이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랙식 창고에는 추가 스프링클러 헤드와 60분 이상 방수가 가능한 수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강화된 기준이 기존 시설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0년 건축 허가를 받은 인천32센터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미 지어진 대형 물류센터가 종전 기준에 머무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번 인천32센터 화재에서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소방 당국의 조사 대상이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을 마친 뒤 정확한 발화 원인과 소방시설 작동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물류센터 안전 기준이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화재 확산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승대 누리구조기술사사무소 대표(건축구조기술사)는 “물류센터는 물품 보관과 이동 효율성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데다 최근 무인화·자동화 확대로 배터리 사용량도 늘면서 화재 진압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방화구획을 세분화하고 내화성능을 고려한 구조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향방에 눈길이 쏠리고 가는 가운데 쿠팡은 위기수습으로 분주하다.
쿠팡 관계자는 “화재 수습이 우선인 만큼 현재로서는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관계 당국의 화재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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