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가 초구 121km 커브를 노렸을 리 없는데…요즘 김도영보다 무섭다, 인천이라서 넘어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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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드의 경기. KIA 나성범이 7회초 무사 1.2루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초구 121km 커브를 노리는 타자가 있을까.

KIA 타이거즈의 19일 인천 SSG 랜더스전 승리의 히어로는 단연 결승타를 뽑아낸 김호령(34)이다. 이범호 감독조차 김호령이 후반기 개막 4연전서 맹활약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김호령만의 힘으로 승리했던 건 아니다.

2026년 6월 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KIA 나성범이 2회초 선두타자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오히려 흥미를 자아낸 장면은 1-1 동점이던 3회초 무사 1,3루서 좌중월 스리런포를 뽑아낸 ‘나스타’ 나성범(37)이었다. 나성범은 SSG 왼손 선발투수 김건우의 초구 121km 커브가 제대로 떨어지지 못하고 약간 몸쪽으로 말려들어왔다.

나성범은 가볍게 걷어올려 좌중간 담장을 남겼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오재일 해설위원은 “초구 커브인데 힘이 완벽하게 전달됐다”라고 했다. 발사각 33.9도, 타구속도 167km라고 소개했다. 타구속도가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느린 공을 빠른 스피드의 타구로 변환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과연 나성범은 초구 121km 커브를 노렸을까. 보통 타자는 초구부터 변화구를 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변화구를 노려도 커브를 초구에 그리고 들어가는 타자는 정말 없다고 봐야 한다. 나성범도 그 상황서 김건우의 커브를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갈 이유는 딱히 없었다. 커브가 김건우의 주무기도 아니다.

나성범은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한다. 전반기 중반 이후 사이클을 많이 올렸는데,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 올 시즌 86경기서 타율 0.296 19홈런 59타점 50득점 장타율 0.546 출루율 0.380 OPS 0.926 득점권타율 0.371이다. 최근 10경기 타율 0.378 4홈런 17타점.

김건우가 정황상 나성범의 허를 찌르는 차원에서 커브를 구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주전포수 조형우가 아닌 베테랑 포수 이지영이 선발로 나왔으니 이런 볼배합도 가능해 보인다. 어쨌든 나성범에게 스리런포를 맞았으니 이 볼배합은 SSG로선 실패다.

나성범은 2022년 9월8일 인천 SSG전서도 5-2로 앞선 5회초 2사 만루서 서진용의 초구 포크볼을 공략해 좌중월 그랜드슬램을 쳤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KBS 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은 나성범이 포크볼을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갔다고 해석했다. 나성범이 이 방송사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서 패스트볼을 노렸다고 하자 박용택 위원은 다음날 나성범 타석에서 유쾌하게 ‘거짓말 인터뷰’ 의혹을 제기했다.

진실이 궁금했다. 2022년 9월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둔 나성범을 직접 만나 물었더니, 나성범은 정말 포크볼을 노린 게 아니었다고 했다. 패스트볼을 노렸고, 밀려서 넘어갔다고 회상했다. 실제 좌타자가 타이밍 늦게 밀려 치면 좌중간으로 타구가 뻗게 돼 있다.

19일 김건우의 커브에 만든 좌중월 스리런포를 보고, 4년 전 그 홈런이 떠올랐다. 초구 느린 변화구라는 점, 타구 방향이 좌중월이라는 점이 닮았다. 4년 전과 이날 나성범의 타격 자세도 비슷했다. 타이밍을 완벽히 맞추지 못했지만, 좌중간으로 힘을 잘 전달했다.

나성범은 4년 전, 그러니까 6년 150억원 계약 첫 시즌에 전 경기에 나가 타율 0.320 21홈런 97타점 OPS 0.910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으로 점철된 2023~2025년을 보냈다. 그리고 2026년, 37세 시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초구 커브를 노리지 않았는데 완벽한 홈런을 만들어냈다는 건, 정말 나성범이 나스타로 돌아왔다는 증거다. 단순히 구장이 작은 인천이라서 넘긴 게 아니었다.

2026년 6월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드의 경기. KIA 나성범이 3회초 2사 1루서 2점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마이데일리

요즘 KIA 타선에서 나성범은 김도영보다 무섭다. 빈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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