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작업자가 태블릿을 조작하자 ‘잉—’ 기계음과 함께 협동로봇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 팔이 기름솥에 잠겨 있던 튀김 바스켓을 들어 올리더니 노릇하게 튀겨진 치킨의 기름을 털어냈다. 이를 사람이 한 조각 한 조각 정성스레 붓으로 소스를 발랐다.
튀김은 로봇이, 붓질은 사람이 맡는 교촌치킨의 주방 풍경이다.
지난 15일 오전 경기 오산 교촌에프앤비 오산교육원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교촌은 이 자리에서 치킨 조리로봇을 시연하고 로봇 운영 현황과 개발 방향을 소개했다.
치킨 조리에서 가장 위험한 공정은 튀김이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이뤄지는 튀김 작업은 화상 위험이 크고,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유증기가 작업자 건강에 부담을 준다.
이를 협동로봇이 1차와 2차 튀김, 바스켓 투입과 인양 등 반복 작업을 대신한다. 이로써 직원이 기름솥 앞에 서는 시간을 줄인다.

교촌치킨은 두 차례 튀김을 거치는 조리 방식 탓에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여지가 크다. 반면 로봇은 정해진 시간과 온도를 그대로 지켜, 갓 입사한 직원이 주방에 서더라도 전국 어느 매장에서든 같은 품질의 치킨이 나온다. 교촌이 로봇 도입에서 가장 앞세우는 것도 이 균일한 맛이다.
가맹점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외식업계 전반이 주방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점도 협동로봇 도입 배경이다. 힘들고 위험한 공정을 로봇이 대신하면 직원 업무 강도가 낮아지고, 근무 만족도와 인력 정착률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게 교촌의 판단이다.
조리시간 단축 폭이나 인력 운영 변화, 매출과 주문 처리량 증가 등 구체적인 성과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조리시간과 인력 운영, 매출·주문 처리량 변화는 매장 규모와 상권, 주문량, 운영 방식에 따라 차이가 커 별도의 평균 수치를 산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교촌은 2021년 뉴로메카, 2023년 두산로보틱스와 각각 협력해 서로 다른 형태의 협동로봇을 개발했다. 매장 규모와 주방 구조, 조리 동선에 따라 적합한 로봇을 골라 적용하기 위해서다.
교촌은 현재 국내 25개 매장에서 협동로봇 33대를 운영하고 있다. 24개 매장 32대였던 지난해 5월보다 1개 매장, 1대가 늘었다. 해외에서는 2024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직영점에 처음 발주한 이후 3개 매장에서 4대가 돌아가고 있다.
로봇 도입은 본사가 전체 가맹점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맹점주의 선택에 따라 희망 매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가맹점은 일반적으로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렌털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도민수 교촌에프앤비 1991스쿨팀 팀장은 “현재 여러 로봇 기업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각 사 로봇의 장단점을 취합해 교촌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 중이며, 반죽 로봇과 소스를 발라주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조리 과정을 로봇으로 대체하진 않았다. 1991년부터 이어진 교촌의 핵심 조리 방식인 소스 붓질은 직원이 직접 맡는다. 튀김 공정의 효율성과 안전성은 자동화로 높이면서도 교촌치킨 특유의 맛을 결정하는 마지막 작업은 사람 손에 남겨뒀다.
교촌은 지난해 초 조직개편으로 로봇사업팀과 푸드테크팀을 신설했다. 로봇사업팀은 기존 영업 조직이 맡던 치킨로봇 업무를 넘겨받아 개발·운영·관리를 전담하고, 디지털혁신본부 산하 푸드테크팀은 가맹점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맡는다.
특허 등록도 이어지고 있다. 교촌은 지난해 상반기 넉 달간 로봇 관련 특허 4건을 취득·등록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3월 등록한 ‘협동로봇을 이용하는 튀김 초벌 방법’은 한 가지 식자재만 조리하던 기존 협동로봇을 여러 식자재의 초벌 조리가 가능하도록 고도화한 기술이다. 로봇 제어 방법 특허도 함께 등록해 가맹점주가 로봇을 더 쉽게 다룰 수 있게 했다.
향후 매장별 주방 환경과 판매량을 고려해 로봇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힐 방침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협동조리로봇은 가맹점주의 선택에 따라 도입을 희망하는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조리 자동화 장비는 반복적인 조리 공정을 지원해 품질을 표준화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근무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