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정말 우승 청부사인 것일까. 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KBO리그 데뷔전부터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특히 '결정구' 체인지업의 구위가 무시무시했다.
페덱은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한 번도 2루를 허용한 적이 없다. 1회 2사에서 빅터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 타자 한동희를 2루수 땅볼로 솎아 냈다. 4회 선두타자 고승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바로 레이예스를 2루수-유격수-1루수 병살로 정리, 주자를 지웠다. 6회 첫 타자 조민영을 2루수 류지혁의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다.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로 물리쳤다.


이날 페덱은 최고 152km/h의 구속을 마크했다. 포심 13구, 투심 14구, 커터 20구, 커브 19구, 체인지업 17구, 포크볼 2구를 구사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5.9%(56/85)다.
체인지업의 낙차가 살벌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좌타자 기준 바깥쪽 하단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허공을 갈랐다. 이날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6구를 뿌렸다. 커터(8구) 다음으로 많은 숫자. 그만큼 체인지업에 자신감이 있었다.
데이터는 '규격 외' 체인지업이라고 설명한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페덱의 체인지업 헛스윙률은 46.2%다. 체인지업은 보통 헛스윙보다는 약한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이다. 워낙 낙차가 좋기에 땅볼보다는 헛스윙을 주로 유도했다.
46.2%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올 시즌 리그 체인지업 구종 가치 1위는 고영표(KT 위즈·12.7)다. 고영표의 체인지업 헛스윙률이 39.0%다. 물론 한 경기와 시즌 기록은 차이가 있다. 또한 페덱은 KBO 데뷔전을 치른 만큼 낯선 투수다. 타자의 적응도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페덱은 고영표가 긁히는 날 수준의 체인지업을 난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에서도 체인지업이 결정구이긴 했다. 올 시즌 빅리그에서 페덱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27.2%다. 포심(34.5%)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율. 100구 이상 던진 구종 중 피안타율(0.270), 헛스윙률(27.5%), 하드 히트 비율(95마일 이상 타구 비율·31.9%) 모두 가장 좋다.
다만 지금과 같은 활약을 예상하긴 어려웠다. 페덱의 체인지업 득점 가치는 -1이다. 빅리그에서 50이닝 이상, 체인지업을 50구 이상 던진 투수 82명 중 58위다. 냉정하게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구종이라는 의미다. 리그 수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유독 체인지업만 헛스윙률이 급증했다.
공인구와 궁합이 좋을 가능성이 있다. KBO리그 공인구는 미끌미끌한 빅리그 공인구에 비해 손에 잘 달라붙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실밥 높이도 약간 높다. 많은 외인 투수들이 공이 착 감긴다고 증언했다. 페덱과 KBO리그 공인구가 조화를 이뤄 46.2%라는 헛스윙률을 만들었을 수 있다.

페덱의 다음 투구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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