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의 그림자③] 반도체 훈풍 밖 중소기업…은행 부실이 말하는 한국경제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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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부실채권(NPL)은 단순한 은행 건전성 지표가 아니다. 은행 장부에 쌓이는 부실은 기업과 가계, 한국 경제의 취약한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마이데일리는 'NPL의 그림자' 시리즈를 통해 부실채권 증가의 이면과 그 속에 담긴 경제의 경고 신호를 짚어본다.

① 부실채권 5년 만에 최대인데…은행들은 왜 안 팔까

② 은행 부실의 80%는 기업에서 나왔다…가계보다 무거운 기업대출

③ 반도체 훈풍 밖 중소기업…은행 부실이 말하는 한국경제의 온도차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와 상품수지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과 부실채권(NPL) 비율이 상승하며 경기 회복의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권 건전성 지표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와 부실이 늘어나면서 수출 대기업과 내수기업의 회복 온도차가 은행 장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도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과 부실채권(NPL) 비율이 상승하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5월 경상수지는 386억1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상품수지도 378억6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반도체는 웃는데…중소기업 연체율은 상승

4월 말 연체율 통계에서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흐름이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 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22%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0%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0.98%,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8%로 각각 0.10%포인트, 0.0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대기업 부문에서는 뚜렷한 부실 확대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와 달리 중소기업·자영업자 부문은 여전히 상환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시중은행에서도 확인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5월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평균 0.73%로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율은 0.09%, 가계 연체율은 0.35%에 그쳐 기업 규모별 건전성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부실채권(NPL) 비율도 0.68%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기업(0.30%)과 가계(0.27%)를 크게 웃돌았으며, 한 달 새 중소기업 NPL 비율은 0.05%포인트 상승한 반면 대기업은 오히려 0.01%포인트 하락해 기업 규모별 건전성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 수출 대기업과 내수기업의 온도차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회복 속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HBM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상수지와 상품수지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배경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자리하고 있다.

반면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여전히 높은 금융비용과 수요 부진에 직면해 있다.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건설·도소매·숙박음식업 등 내수 업종의 회복세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좋다고 하지만 그 외 산업군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며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의 상환 부담이 이어질 경우 은행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은행 부실이 보여준 한국경제의 그림자

은행권 부실채권은 단순한 금융권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산업과 어떤 기업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제 지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은행 장부에 쌓인 부실의 대부분은 기업대출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다. 이는 한국 경제 회복세가 모든 기업에 고르게 확산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은행권 건전성의 방향 역시 중소기업 경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만으로는 기업 부문의 부실 부담을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연체율과 부실채권 통계는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거시지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은행 장부 속 부실은 여전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집중되고 있다. 은행권 NPL은 지금 한국 경제가 같은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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