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의 20년 신뢰가 한국을 페라리의 전략 거점으로 키운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페라리 사업 성장에 이어 합작법인(JV) 설립, 패션 분야 협력까지 양사의 파트너십이 자동차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엘칸 회장은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순방 기간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조현준 회장을 비롯한 한국 재계 인사들과 비즈니스 관련 대화를 나눴다. 다음 날 12일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한국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시장이자 고향과 같은 국가”라며 전동화·디지털화 분야 공동 연구개발(R&D) 협력을 제안했다.
페라리의 이 같은 메시지 뒤에는 조 회장과 엘칸 회장의 20년 우정이 있다. 이들의 첫 만남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아원그룹이 국내 페라리 사업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엘칸 회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측면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효성이 국내 페라리 공식 딜러사인 페라리마세라티코리아(FMK)를 동아원으로부터 직접 인수하면서 관계는 본격화됐다.
효성 인수 이후 FMK는 핵심 상권 투자와 고객 경험 혁신에 집중했다. 그 결과 국내 페라리 판매량은 연평균 16.8% 성장했고, 2019년에는 페라리 전 세계 딜러 네트워크 중 글로벌 최우수 딜러로 선정됐다. FMK 매출은 효성 인수 전인 2014년 22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160억원으로 10년 만에 10배가량 급성장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이에 2023년 6월에는 페라리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연 브랜드 최고위 전시회 ‘우니베르소 페라리’에 효성을 소개하는 별도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중국에 이어 세 번째 개최국이 한국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의 전략적 위상을 보여준다.

엘칸 회장은 2016년과 2023년 두 차례 방한할 때마다 조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2016년 첫 방한 당시에는 자동차 산업 전반과 협업 확대 방향을 논의했으며, 2023년에는 비냐 CEO까지 동행해 회장과 CEO 등 페라리 수뇌부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페라리가 효성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조 회장이 이탈리아 마라넬로의 페라리 본사를 직접 찾아 엘칸 회장과 별도 회동을 갖고 딜러 사업 외 패션 분야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
효성과 페라리의 파트너십은 지난해 10월 합작법인 페라리코리아 출범으로도 이어졌다. 글로벌 럭셔리·슈퍼카 브랜드가 국내 딜러와 지분을 나누는 JV 구조를 택한 것은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업계에서는 FMK의 실적뿐 아니라 조 회장과 엘칸 회장 사이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분석한다.
두 사람의 협력은 자동차를 넘어 패션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페라리는 2021년 마라넬로 공장에서 첫 패션쇼를 연 이후 패션 사업 관심도를 높여왔다. 효성이 세계 1위 스판덱스 생산 기업이자 고기능성 섬유 브랜드 ‘크레오라’, 친환경 섬유 브랜드 ‘리젠’을 운영하는 글로벌 섬유기업이라는 점에서 협업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향후 양측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동차를 넘어 패션 등 신사업 분야로 협력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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