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테슬라가 최근 자사 전기차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공교롭게도 가격 인상 시점은 정부의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발표한 날과 맞물렸다. 이에 테슬라코리아가 보조금 혜택을 가격 인상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보조금을 악용한 테슬라를 보조금 대상에서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보조금 지원 여부를 정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손을 놓은 모습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일 모델Y 프리미엄 RWD 차종만 가격을 유지하고, 나머지 △모델Y 롱레인지 AWD △모델Y L(6인승) △모델3 RWD △모델3 롱레인지 △모델3 퍼포먼스 차종의 국내 판매 가격을 300만∼700만원씩 올렸다.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상은 예고된 게 아닌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대상 발표 직후 기습 인상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지원하는 보조금을 ‘매출보조금’으로 악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회에서도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보조금 악용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지난 4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가경정예산(예결위 추경) 종합정책질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온실가스 감축하고 대기오염 줄이고 석유의존도 낮추려고 하는 전기차 보급정책 예산이 ‘특정 기업의 매출보조금’ 같은 방식으로 쓰이게 된다면 추경안에 포함된 전기차 예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특정 기업의 매출보조금 방식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발언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번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대상 발표 직후 테슬라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국민 다수는 테슬라코리아가 한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매출보조금으로 악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 전기차 가격을 인상하는 데에 활용하는 ‘가격 인상 지원금’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손을 놓고 방관하는 모습이다. 기자는 지난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테슬라코리아에 대한 전기차 보조금 박탈이나 축소를 검토했는지, 향후 검토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및 대기질 개선을 목적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용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구매자 지원 정책에 해당한다”며 “테슬라의 전기차는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 이전부터 보조금 지원 대상 차종에 포함돼 있었으며, 이번 가격인상으로 인해 일부 차량은 구매 시 지원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오히려 축소됐다”고 답했다.
또한 “정부는 국내 건전한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보조금 지급기준을 지속 고도화해 소비자가 원하는 합리적인 성능·가격의 차량 출시를 유도하는 정책을 지속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질의와는 무관한 답변만 늘어놓은 것이다. 오히려 “테슬라의 가격 인상에 일부 차종은 보조금이 축소됐다”고 얘기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부처 내에서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 박탈에 대해서는 논의가 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전기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기업이 보조금을 받아 차량 가격을 인상해 국민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규제할 생각조차 없는 모습이다.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테슬라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전기차 보조금 지침을 테슬라코리아에 맞춰서 할 수는 없다는 점도 이해바라고, 내년 보조금 대상 선정에서는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 등을 위한 기부금 항목도 반영될 수 있게 논의를 해보겠다”고 전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연간 신차 판매 대수가 2020∼2023년에는 1만1,000여대∼1만7,000여대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2만9,750대로 전년(2023년) 대비 약 2배 급증했다. 이어 2025년에는 5만9,916대의 신차가 판매되면서 또 한 번 2배 가까이 성장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5만6,139대가 팔렸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테슬라코리아의 누적 판매대수는 20만5,477대다. 차량 1대당 가격을 보수적으로 4,000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8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이다. 그럼에도 테슬라코리아의 2020∼2025년 감사보고서에서는 ‘기부금’ 항목을 찾을 수 없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전기차 보조금’을 받아먹으며 전기차를 20만대 이상 팔았음에도 시장에 환원한 비용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테슬라코리아는 국민 세금으로 성장의 디딤판을 다졌음에도 국내에 환원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전기차 보조금을 악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비롯해 정부가 이러한 테슬라의 행태를 방관한다면 앞으로 새롭게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전기차 기업들도 똑같은 행태를 따라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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