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내에선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여성·장애인 단체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한 숙의 과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14일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특정강력범죄 △아동·장애인·노인학대, 가정폭력, 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보이스피싱·금융투자 사기 등 민생 침해 범죄 △구속사건, 공소시효 임박사건 등 처리 시한이 촉박한 사건 등에 대해선 검찰의 보완 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예외적인 부분에 한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점을 언급하며 “검찰권 남용의 최대 피해자였던 이 대통령께서도 예외적 보완 수사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신 이유는 분명하다. 검찰이 아닌, 국민을 지키기 위한 예외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엔 고민정·곽상언·김남희·모경종·문진석·민홍철·박균택·박희승·이소영·주철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도 참여했다. 이중 고민정·곽상언·김남희·이소영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입장과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입장이 함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주자이자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를 주장하는 고민정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책임 정치를 강조하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신중론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야당이 아니지 않나. 수권정당이고 집권여당”이라며 “보안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다. 그러면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명확해졌을 때 실행을 해야지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가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상식 의원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제목으로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당장 지지층의 눈치나 당리당략에 매달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기본원칙을 저버려서는 아니 된다”고 꼬집었다.
◇ 여성·장애인 단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반대’
민주당 내부는 물론 밖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장애여성공감 등 여성·장애인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6곳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김남희·김동아 민주당 의원과 손솔 진보당 의원과 함께 전날(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전다운 변호사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사법절차에서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의 권리 침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대책 없이 무리한 속도전에 내몰리고 있다”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변은희 장애여성공감 소장도 “피해자 권리를 외면하고 정치적 논리만 앞세우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당장 중단하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의 권한 박탈과 수사 성과 입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한 숙의 과정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이번 달 본격적으로 (보완수사권) 숙의 과정에 돌입한 것”이라며 “방향성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보완해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내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 의총을 개최하기로 하고, 법사위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피해자 지원단체·법조인·학계 등의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보완수사권에 대한 일부 존치도 고려하나’라는 질문엔 당내 TF(태스크포스)의 안(보완수사권 폐지 및 보완수사요구권 유지)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그 외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보완수사권에 대한 ‘일부 존치론’이 더욱 확산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우선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이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경찰의 부실수사를 검찰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리가 없지 않은 주장이지만, 검찰보다 경찰의 문제만을 보는 듯해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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