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2026년 노무현 소환된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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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 갔는지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자격을 둘러싼 논쟁이 됐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청래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을 져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대표가 반발하자 송 의원은 발언을 정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정 전 대표가 중국에 머물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 날 귀국해 장례식에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논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등장했습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당시 한미 FTA 반대의 선봉에 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장례식 참석 여부에서 시작된 공방이 20여년 전 통상정책에 대한 태도로 옮겨붙었습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2002년 '후단협' 참여 이력도 다시 소환됐습니다. 정 전 대표가 자신을 '노무현 키즈'라고 강조하자 김 전 총리는 'DJ 키즈'를 내세웠습니다. 당대표 경선이 정책과 리더십의 경쟁을 넘어 누가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을 것인지를 따지는 무대로 변한 모습입니다.

후단협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의 줄임말입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노무현 당시 후보의 지지율 부진을 이유로 후보 교체나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만든 모임입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이 때문에 후단협은 민주당 내에서 노무현 후보 흔들기의 상징처럼 거론돼 왔습니다. 20여년 전의 정치적 선택이 다시 당대표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2026년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 시계가 자꾸 2002년으로 돌아갑니다.

이상한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의 과거는 현재를 설명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와 함께했고 무엇을 선택했는지는 판단력과 책임감을 살피는 자료가 됩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던 후단협 참여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한미 FTA와 같은 국가적 사안을 놓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렀다고 정치인의 선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이 불편한 것은 왜일까요. 과거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상대를 겨누는 무기로 쓰이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당시의 복잡한 상황과 고민은 사라지고 '적자'와 '배신자'라는 두 단어만 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은 민주당에서 강한 정치적 상징입니다. 그 이름을 선점하면 당의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고, 상대 후보와의 차이도 손쉽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오랜 당원들의 기억과 감정을 움직이는 데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정책 경쟁은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재원이 필요하고, 집권 뒤에는 결과에 책임져야 합니다. 반면 적통 경쟁은 단순합니다. 자신은 계승자이고 상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러나 과거를 묻는 것과 과거에 가두는 것은 다릅니다. 후단협을 꺼냈다면 2026년 민주당의 정당 민주주의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말해야 합니다. 한미 FTA를 문제 삼았다면 지금의 통상 환경에서 어떤 산업을 보호하고 어디까지 시장을 개방할 것인지 답해야 합니다.

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와 누가 더 가까웠는지를 증명하는 데서 끝날 수는 없습니다. 그가 남긴 정치적 과제를 오늘의 정책과 선택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정치권만 탓할 일도 아닙니다. 언론도 복잡한 정책의 차이를 비교하기보다 장례식 참석 여부와 20여년 전의 갈등을 더 크게 다뤘습니다. 산업과 통상 전략을 설명하는 기사보다 '누가 배신했는가'를 다루는 기사가 더 쉽고 선명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치가 과거를 불러냈고 언론은 그 과거에 마이크를 건넸습니다. 독자 역시 정책보다 갈등의 승패에 더 쉽게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지금의 '파묘 전대'는 어느 한쪽만이 만든 장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정치인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과거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의 편을 다시 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장례식에 누가 참석했는지는 사진과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26년 민주당을 이끌 자격까지 출석부로 가릴 수 있을까요.

노무현의 적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부르는 사람이 반드시 그의 질문에 가장 충실하게 답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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