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 공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나온 뒤 사건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에 상정되는 단계부터 사건 내용을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밀가루 담합 사건을 시작으로 식품 담합과 플랫폼 사건 등에서도 심의 이전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국민의 알 권리와 행정의 투명성을 이유로 든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제는 공개 시점이다.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건의 성격과 예상 제재 규모가 알려질 경우 여론은 특정한 하나의 결론을 먼저 형성할 수 있다. 그렇게 형성된 인식은 최종 판단과 별개로 절차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성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공정위는 일반 행정부처가 아니라 조사와 심판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준사법기관이다. 사무처가 사건을 조사해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면 전원회의가 이를 심리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조사와 판단이 하나의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최종 결정 과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검찰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법원은 독립적으로 유·무죄를 판단한다. 반면 공정위는 조사 주체와 심판 주체가 같은 조직 안에 있다. 이런 구조에서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담합 혐의와 예상 과징금 등이 공개된다면, 전원회의가 오직 심리 결과만으로 판단한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기 쉽지 않다.
물론 심사보고서는 어디까지나 심사관의 의견일 뿐이며, 전원회의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실제 심의 과정에서 제재 수준이 달라지거나 일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심판의 독립성은 실제로 보장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국민이 그렇게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도의 신뢰는 완성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 공개 확대를 설명하며 국민의 알 권리와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와 절차적 공정성은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공개의 시점 역시 공정한 심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사건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과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결론이 사실상 예고된 것처럼 비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준사법기관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여론의 압박이다.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건의 성격과 예상 제재 규모가 대대적으로 알려질 경우 최종 판단 이전에 결론이 사실상 예고된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그렇게 인식한다면 기관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권위는 가장 먼저 발표하는 기관이라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담합을 적발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심리와 토론을 거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는 데서 더 큰 신뢰가 쌓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가장 빠른 브리핑이 아니다. 절차를 거쳐 내려진 공정한 판단이다. 준사법기관의 무게는 발표 속도가 아니라 절차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공정위의 입은 결론을 예고하기보다 전원회의의 판단이 끝날 때까지 조금 더 무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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