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삼전닉스 역대급 실적인데…반도체 ‘피크아웃’ 논쟁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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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한복판에 선 한국 반도체주가 뜻밖의 질문과 마주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잇달아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과 자금 조달 성과를 냈지만 주가는 도리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황의 고점을 걱정해야 하는 피크아웃 단계라는 목소리와 초호황 구간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착시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피크아웃 논쟁의 불을 지핀 건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다. 반도체 주식 리포트를 내놓을 때마다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모건스탠리는 최근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AI 투자 예산이 2026년 8050억 달러, 2027년 1조1160억 달러까지 폭증할 것으로 보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AI 투자 확대 수혜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이제는 반도체보다 하이퍼스케일러 쪽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곧바로 반론도 나왔다. JP모건은 최근 반도체주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해석하며, 하반기에도 메모리 가격이 실적의 핵심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고 봤다. 공급이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특히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발 낸드 수요가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피크아웃’과 ‘구조적 호황 지속’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는 구조적 호황 지속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실적만 보면 피크아웃이라는 말은 아직 섣부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충당금 약 17조원을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100조원 안팎이다. AI 메모리 수요 급증이 단순 기대가 아니라 실제 손익계산서로 증명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도 모건스탠리식 ‘정점 우려’와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AI 우려는 소음에 불과하며 과도한 우려는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AI 투자가 2026년 8000억달러, 2027년 1조1000억달러, 2028년 1조5000억달러로 확대되면서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 전망을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0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의 기대를 다시 확인시켰다. SK하이닉스는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외국 기업의 미국 IPO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상장 첫 거래는 공모가 대비 14% 높은 수준에서 시작됐지만, 이후 서울 증시에서는 큰 폭의 변동성이 나타났다. AI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한국 시장 전반의 과열 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SK하이닉스의 펀더멘털이 약해졌다기보단 급등한 주가가 미래 기대를 얼마나 선반영했는지 다시 따지는 국면에 가깝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장의 판도가 장기 공급계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전통적인 '피크아웃 공식'을 대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의 마이크론을 봐도 그렇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16건의 전략적 고객 계약을 공개했고, 이들 계약에는 220억달러 규모의 확정 약정이 포함됐다. 마이크론은 이 계약들이 데이터센터와 소비자, 자동차 시장을 아우르며 수요의 변동성을 줄이고 마진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시장이 과거의 단기 현물·계약 중심 사이클에서 장기 공급계약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전통적 피크아웃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격 데이터도 아직은 상승 쪽을 가리킨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향 세트 수요가 가격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비교 기준이 높아진 만큼 상승폭은 전분기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봤다. 이 대목이 바로 모건스탠리가 말한 ‘변화율의 정점’과 맞닿아 있다. 가격은 여전히 오르지만 상승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펀더멘털 자체를 약하게 보긴 어렵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9%, 마이크론 22%였다.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58%로 1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각 21%를 기록했다. 1분기 D램 시장 규모는 전 분기 대비 80%, 전년 동기 대비 26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여전히 AI 공급망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히려 실적보다 미래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더 높은 상태다. 메모리 업체들이 다년 계약으로 다운사이드 위험을 일부 줄이고 있지만, 2027~2028년 이후 신규 팹이 본격 가동되면 가격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공격적인 증설을 준비하는 만큼, 지금의 공급 부족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가 향후 실적과 주가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크아웃 논쟁은 실적과 주가가 서로 다른 시간을 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은 지금의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AI 메모리 수요 확대를 반영하는 반면 주가는 이미 2027년 이후의 증설과 공급 정상화, AI 투자 피로 가능성까지 먼저 계산한다"며 "최근의 조정은 업황 붕괴 신호라기보다 '초호황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를 둘러싼 시장의 눈높이 조정으로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기업 실적은 아직 ‘정점 통과’를 말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의 분기 최대 실적,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 흥행, 마이크론의 장기 공급계약 확대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실제 숫자로 확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이미 그 다음 장면, 즉 공급 확대 이후에도 이익 체력이 유지될지를 먼저 묻기 시작했다"며 "단순히 '피크아웃이 왔는가'보다 '사상 최고 실적 이후에도 구조적 호황이 지속될 만큼 산업의 질이 바뀌었는가'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또 "답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분명한 건, 이번 조정이 단순한 공포보다 훨씬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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