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하루 만에 9% 가까이 폭락했던 코스피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단순한 반등보다 이번 조정이 인공지능(AI) 랠리의 일시적 숨 고르기인지, 본격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시작인지에 쏠리고 있다.
전날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외신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외신은 AI 랠리의 첫 시험대로 해석한 반면 월가는 구조적 성장 사이클 속 단기 조정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87포인트(0.56%) 내린 6769.06에 출발했지만, 장중 낙폭을 빠르게 만회하며 오전 10시20분 기준 6957.90(2.22%)까지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5.50%, SK하이닉스가 3.79% 상승하며 반도체 대형주가 반등을 주도했다. 전날 3조9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던 외국인과 기관도 장 초반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만으로 전날 충격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하락한 6806.93에 마감했다. 장중 7000선이 무너졌고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올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 "AI 버블 시험대"…외신이 본 첫 번째 경고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이번 급락을 단순한 한국 증시 악재가 아니라 AI 투자심리와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동시에 흔들린 신호로 해석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올해 AI 랠리를 주도했던 반도체 종목들이 차익실현의 중심에 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전날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스퀘어(+0.60%), 삼성전자우(+2.66%)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기(-1.01%), 현대차(-4.39%), LG에너지솔루션(-1.37%), KB금융(-2.95%), 삼성생명(-2.61%), 삼성바이오로직스(-2.64%) 등은 전날에 이어 연이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이 코스피 전체 변동성을 결정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전날 ‘삼전닉스’의 두자릿수 가까운 하락률은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전날 삼성전자는 10.70%, SK하이닉스는 15.37% 급락했다. SK스퀘어(-17.60%), 삼성전기(-18.62%), 삼성생명(-4.26%)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KB금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승 마감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 "공포보다 구조를 보라"…월가의 시선은 달랐다
글로벌 IB들은 이번 조정을 AI 산업 자체의 붕괴로 보지는 않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관련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레버리지 자금이 빠르게 청산되며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AI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인 성장 흐름까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을 유지했다. 오히려 단기적인 투자심리 악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주가 조정을 키운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AI 산업의 둔화보다 그동안 주가에 선반영됐던 기대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와 함께 2027~2028년 HBM 공급 확대 가능성까지 주가에 선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AI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며 공급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향후 투자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AI 투자 확대 여부와 글로벌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꼽힌다.
◇ 불안 여전…시장의 질문은 이제 시작
이번 급등락은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대형주 비중이 절대적인 코스피 특성상 글로벌 투자심리가 흔들릴 경우 변동성이 다른 시장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기 충격으로 끝날지, AI 프리미엄 재평가의 시작이 될지는 중동 정세와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 빅테크의 AI 투자 기조가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석은 엇갈리지만 시장의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AI 산업의 성장성이 훼손됐는지가 아니라, 시장이 그 성장성을 현재 주가에 얼마나 앞서 반영했느냐는 것이다. 이번 조정이 거품 붕괴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과열을 식히는 숨 고르기에 그칠지는 향후 AI 투자 사이클과 반도체 실적이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