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식품·바이오 쌍끌이…롯데 후계 검증 무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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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싱가포르 현지에서 진행한 합작법인 사무실 개소식에서 (왼쪽 세번째부터) 진영동 싱가포르JV 대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이시구로 일본 롯데제과 글로벌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가 그룹 미래사업 전면에 서며 경영 능력 입증 시험대에 올랐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이달 초 싱가포르에 출범한 롯데웰푸드·일본 롯데제과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은 데 이어,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서 송도 바이오캠퍼스의 수주와 상업생산 준비를 이끌고 있다. 그룹의 본업인 식품과 신사업인 바이오에서 동시에 성과를 검증받게 된 셈이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신유열 부사장은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 조직을 거쳐 2023년 12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았다. 이듬해 11월 부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 선임되며 처음으로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책임지게 됐다.

롯데지주는 2025년 말 기준 롯데쇼핑 지분 40.0%, 롯데웰푸드 48.1%, 롯데칠성음료 4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상장 계열사인 코리아세븐과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각각 92.5%, 60.7%를 쥔 최대주주다. 신 부사장이 핵심 계열사를 아우르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미래사업을 맡았다는 점이 신 부사장의 역할 확대를 후계 구도와 연결 짓는 배경이다.

이번에 신 부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은 싱가포르 합작법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한일 원 롯데’ 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한다.

합작법인에서 신 부사장은 양국 식품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과 원재료 공동 구매, 공동 마케팅, 신제품 공동 연구개발, 신규 시장 진출을 이끈다.

롯데웰푸드가 인도와 파키스탄, 일본 롯데제과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구축한 사업 기반을 연결해 아시아 시장 공략의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인데, 한국과 일본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해외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실적 기반은 갖춰져 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14.4% 증가한 1조2047억원을 기록했고, 일본 롯데제과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약 9000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합작법인이 기존 해외 거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해 추가 성장을 끌어내느냐가 신 부사장의 첫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3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캠퍼스 1공장을 찾아 현장경영을 펼쳤다. 신동빈 회장(왼쪽 두번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네번째)가 배양기 앞에서 생산공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

또 다른 시험대는 롯데바이오로직스다. 롯데는 2022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진출한 뒤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고 인천 송도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 신 부사장도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전략과 투자, 생산거점 확장에 관여해 왔지만 대표 선임 이후에는 수주와 실적 개선까지 직접 책임지게 됐다.

지난달 22일 사용승인을 받은 송도 1공장은 1만5000리터 배양기 8기를 갖춘 총 12만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시설로, 올해 하반기 시운전과 생산 시스템 검증을 거쳐 2027년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4만리터를 더하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전체 생산능력은 16만리터로 늘어난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을 처음 찾아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글로벌 고객사 수주 대응 현황과 추진 전략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바이오는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핵심 산업군”이라며 “준공 이후 예정된 일정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지원에도 실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 줄었고 영업손실은 562억원으로 149% 커졌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서 승계한 주요 생산계약이 지난 1월 종료된 데다 시러큐스 공장 설비 고도화와 송도 공장 투자가 이어진 영향이다.

올해 들어 일본과 미국, 영국 바이오기업과 생산계약을 잇달아 체결했지만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송도 1공장이 상업생산에 들어가기 전 장기·대형 계약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능력 확대가 오히려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 부사장이 미래성장실장과 식품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를 겸하며 그룹 내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지만, 향후 승계의 명분은 직책이 아닌 경영 성과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저성장 국면에서 어느 그룹이든 후계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관리 능력이 아니라 새 먹거리를 만드는 능력”이라며 “신 부사장의 미래사업 성적표가 그 시험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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