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했는데 적자?”…K-뷰티 등용문 된 올리브영의 ‘두 얼굴’

마이데일리
서울 시내 올리브영 매장. /방금숙 기자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준비한 기획세트 5만개를 모두 팔았는데 오히려 적자가 났다.”

최근 올영세일에 참가한 인디브랜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K-뷰티 신생 브랜드에게 올리브영은 성공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에서 판매량 증가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올리브영 행사에 참여하지만 할인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것.

일례로 기획 세트 판매를 진행할 경우 제품 제작비와 할인 비용, 광고·판촉비 등을 제외하면 완판을 해도 사실상 이익을 거의 남기지 못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할인 분담금과 샘플 제공, 물류비, 광고비 등을 합치면 브랜드가 부담하는 비용이 전체의 50~6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올리브영은 신생 K-뷰티 대표적인 성장 플랫폼이 됐다. 소비자 접점이 부족했던 신생 브랜드가 전국 매장에 입점하면서 인지도를 쌓고,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실제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5조8335억원, 영업이익 744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가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최근 올리브영에 입점한 신생 브랜드 관계자는 “수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은 올리브영 입점 자체가 가장 큰 목표였다”며 “입점한 것만으로도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방금숙 기자

반면에 올리브영의 성장과 입점사의 성장이 같은 속도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영향력이 커질수록 입점 브랜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실질수수료율은 오프라인 전문점 27.0%, 온라인몰 23.52%로 조사 대상 업태 평균보다 높았다.

오프라인 전문점 평균 15.12% 등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이다.

판매장려금 부담도 컸다. 직매입 거래 과정에서 올리브영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납품업체 비율은 온라인몰 67.76%, 오프라인 전문점 66.12%로 업태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공정위는 지난 4월에도 올리브영을 포함한 유통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납품업체에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했는지, 거래 과정에서 불공정 관행이 있었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 입점 이후 브랜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구조가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한 인디 브랜드 관계자는 “올리브영 행사에 참여하면 매출과 인지도는 올라가지만 할인 비용과 판촉 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초기 브랜드 입장에서는 성장 투자인지 비용 부담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올리브영 매장. /방금숙 기자

이에 대해 올리브영은 일반적인 위탁 판매 방식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상품을 100% 직매입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어 판매되지 않은 재고 위험을 직접 부담한다”며 “수수료율이 높게 보이는 것도 브랜드 대신 재고 부담과 운영 비용을 떠안는 구조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완판 후 적자’ 사례에 대해서도 특정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특정 시기에는 판관비 지출로 일시적인 이익률 하락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것이 연중 지속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리브영은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신제품 개발부터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올영 신상 전용관, 해외 진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디 브랜드 성장 파트너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리브영을 발판으로 성장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긴 입점 브랜드는 116개로 5년 전보다 약 3배 증가했다. 코스알엑스, 티르티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브랜드 상당수도 올리브영을 주요 성장 경로로 활용했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장품ODM(제조자개발생산)업체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노출 채널이지만 매출의 최종 목적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인지도를 확보한 뒤 자사몰과 해외 유통망을 함께 키워야 플랫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 입점 조건을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국내나 해외나 마찬가지”라며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 장기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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