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를 논의했다. 양 정상은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며 ‘인도주의적 원칙’에 입각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진척되지 않았던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제 사회의 공감대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양 정상이 마주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정상은 북한군 포로 문제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며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자는데 뜻을 모았다. 구체적 이행 방안 등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으로 송환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됐다 우크라이나 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두 명은 한국 언론 등을 통해 한국행 희망 의사를 전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이 한국행을 희망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관련한 논의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단순히 우리 정부의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판단’의 영역이라는 점은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더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 북한군 포로 송환… 복잡성은 여전
실제로 안드리 시바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지난달 29일 국내 싱크탱크 아산정책연구원을 방문해 러시아가 북한군 포로 두 명과 우크라이나 국민 수천 명 교환을 제안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재건사업 참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와 북한 등 관련 국가들이 이 문제를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양국 정상이 의견을 모았지만,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는 여전히 복잡한 사안이다. 이들을 본국인 북한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과 같은 여러 쟁점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포로의 본국 송환을 원칙으로 한다. 본국 송환 시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관건으로 남은 상황이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송환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이를 국제 사회가 인정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신소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법적 취급은 국내 관할권에 진입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국제 관계에서 다른 국가에 국내법에 기한 북한 주민의 특수한 법적 지위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더욱이 러시아는 물론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외교력이 중요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對) 우크라이나 1억 달러 포괄적 지원 공약’을 설명하고 우크라이나 복구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한반도 및 우크라이나 정세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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