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수요’ 노리는 편의점… 진화하는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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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1~2인 가구의 장보기 수요를 겨냥하며 ‘마트’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U 스마트그로서리 신촌피어점. / 사진=김지영 기자
편의점이 1~2인 가구의 장보기 수요를 겨냥하며 ‘마트’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U 스마트그로서리 신촌피어점. / 사진=김지영 기자

시사위크|마포구=김지영 기자  “주택가인데 주변에 장 볼 데가 없거든요. 소분된 채소 간단하게 장보기 괜찮은 것 같아요.”

8일 오후 2시경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CU 스마트그로서리 신촌피어점. 이날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여성 A씨(38)는 이같이 말했다. 매장은 65평(215㎡) 규모로 일반적인 편의점보다 컸고 입구에는 카트도 마련돼있어 마트나 슈퍼를 연상케했다.

품목도 편의점과는 사뭇 달랐다. 냉장고에는 소분된 채소와 정육 등 신선식품이, 그 옆에는 참외·복숭아 등 과일이 1kg 이하 크기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식용유·굴소스·식초 등 조미식품, 묶음 즉석밥, 대형 세제 등 일반적인 편의점에서는 구하기 힘든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한쪽에 마련된 전자레인지와 취식 공간, CU 편의점의 PB(자체제작) 상품은 이곳이 편의점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 역성장 맞은 편의점, 특화매장 ‘승부수’

편의점이 1~2인 가구의 장보기 수요를 겨냥하며 ‘마트’로 진화하고 있다. GS25가 2021년 처음 선보인 신선식품 강화매장(FCS, Fresh Concept Store)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CU도 저번달부터 스마트그로서리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배경은 편의점 업계가 성장 정체기를 맞은 데에 있다.

CU 스마트그로서리는 규모와 품목 면에서 마트나 슈퍼를 연상케한다. 사진은 CU 신촌피어점 과일 코너. / 사진=김지영 기자
CU 스마트그로서리는 규모와 품목 면에서 마트나 슈퍼를 연상케한다. 사진은 CU 신촌피어점 과일 코너. / 사진=김지영 기자

2024년 말 기준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점포 수는 약 5만4,852개로, 전년 대비 68개 감소해 3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지난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하며, 2013년 분기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상권 특성에 맞춘 특화매장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일반 매장보다 디저트 상품군 비중을 대폭 늘린 ‘CU성수디저트파크점’과 여의도에 위치한 ‘CU러닝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이는 팝업스토어 등 트렌드가 빠르게 반영되는 성수동과, 러닝 장소로 활용되는 여의도 한강공원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다.

◇ 접근성 무기로 1~2인 가구 수요 공략

이같은 특화매장은 차별성을 통한 집객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1~2인 가구 수요를 겨냥하는 장보기 특화 매장은 확장성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전년 대비 식재료 매출 신장률은 △2023년 24.2% △2024년 18.3% △2025년 18.7%로 나타났다.

CU는 지난 5월 경기도 수원 탑동에 1호점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저번달 서울 마포, 인천 연수구까지 스마트그로서리를 순차 출점했다. 사진은 CU 스마트그로서리 신촌피어점 입구에 마련된 카트와 장바구니. / 사진=김지영 기자
CU는 지난 5월 경기도 수원 탑동에 1호점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저번달 서울 마포, 인천 연수구까지 스마트그로서리를 순차 출점했다. 사진은 CU 스마트그로서리 신촌피어점 입구에 마련된 카트와 장바구니. / 사진=김지영 기자

이에 CU는 지난 5월 경기도 수원 탑동에 1호점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저번달 서울 마포, 인천 연수구까지 스마트그로서리를 순차 출점했다. GS25 역시 채소·과일·정육·수산 등 소용량 신선식품 매대가 마련된 신선식품 강화매장을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운영 중인 신선식품 강화매장은 956점에 이르며 연내 1,100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CU 측은 스마트그로서리 1호점, 2호점의 식재료 매출 비중은 일반 점포 대비 10배 이상 높은 20% 수준이라고 밝혔다. GS25 역시 신선식품 강화매장에서 신선식품 매출이 일반 점포 대비 약 10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높은 점포의 경우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신선식품이 차지한다는 것이 GS25 측의 설명이다.

◇ 마트일까 편의점일까… 규제 논쟁 가능성도

이 같은 매장 전략은 편의점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매장 확대로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업태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기존 규제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U 스마트그로서리 신촌피어점 매장 내 취식 공간. / 사진=김지영 기자
CU 스마트그로서리 신촌피어점 매장 내 취식 공간. / 사진=김지영 기자

현행법에 따르면 ‘준대규모점포’(SSM)를 구분하는 기준은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회사나 계열회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직영 또는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3,000㎡(약 900평) 미만의 매장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업체는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출점 제한, 영업시간 규제, 지자체 조례에 따른 의무휴업 적용을 받는다.

반면 편의점은 매장면적 상한이나 영업시간 제한이 없고, 출점 제한도 법적 강제가 아닌 업계 자율규약을 따른다. 여기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을 통한 24시간 퀵커머스 운영까지 가능하다. 진화하고 있는 편의점이 새로운 장보기 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업태 간 경계와 규제 기준을 놓고 논쟁이 치열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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