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에 모인 현대차 신기술, 하이브리드에서 AI까지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그랜저가 현대자동차(005380) 신기술의 무대로 나섰다. 1986년 1세대 출시 이후 그랜저는 현대차의 고급 세단 이미지를 대표해 온 모델이다. 이제 그 역할은 넓어지고 있다. 정숙한 승차감과 넓은 실내를 앞세운 전통적 고급 세단에서 하이브리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공간 편의 기술을 고객에게 설명하는 기술 쇼케이스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현대차는 9~10일 서울 성동구 인포멀 스퀘어에서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The New Grandeur Tech Pop-up Store, 이하 테크 팝업 스토어)'를 열고 더 뉴 그랜저에 적용된 주요 신기술과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현대차가 기술을 주제로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의 초점은 신차 전시보다 기술 체험과 개발 과정 공개에 맞춰졌다. 현대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스마트 비전 루프 △전동식 에어벤트 등 더 뉴 그랜저에 적용된 주요 기술과 관련 부품을 전시했다. 연구원들이 개발 배경과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도 더했다.


그랜저는 지난 40여 년간 현대차가 새 기술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고급 세단이라는 상징성은 기술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가 이번 테크 팝업 스토어에서 그랜저의 기술 헤리티지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더 뉴 그랜저에서 눈에 띄는 흐름은 세 가지다. 파워트레인은 차세대 하이브리드로 효율과 정숙성을 끌어올렸고, 차량 안 디지털 경험은 플레오스 커넥트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또 스마트 비전 루프와 전동식 에어벤트, 기억 후진 보조 같은 체감 기술이 더해지며 고급 세단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로 다시 잡은 플래그십 주행감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1.6 터보 현대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39마력, 최대토크는 38.7㎏f·m다. 복합연비는 18.4㎞/ℓ로 제시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기존 8.3초에서 8.0초로 줄었고, 80~120㎞/h 추월 가속시간도 5.4초에서 5.2초로 단축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에서 더 중요한 변화는 정숙성이다. 하이브리드는 저속과 정차 구간에서 전기모터 주행과 엔진 작동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진동과 소음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제어되는지가 승차감을 좌우한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엔진 정지각 제어와 모터 역위상 제어를 적용해 이질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엔진 정지각 제어는 감속이나 정차 과정에서 엔진이 멈출 때 크랭크축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기술이다. 엔진 재시동 때 부하 구간을 더 부드럽게 통과하도록 돕는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통해 엔진 재시동 진동을 최대 51% 줄였다고 설명했다.

모터 역위상 제어는 엔진 진동과 반대 방향의 토크를 발생시켜 진동을 상쇄하는 방식이다. 주행 중 엔진이 작동하거나 정차 중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이 공회전할 때 실내로 들어오는 진동과 부밍 소음을 줄인다. 현대차에 따르면 실내 부밍 소음은 약 3㏈ 개선됐다.

후석 상품성도 함께 손봤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하이브리드 세단 가운데 처음으로 2열 리클라이닝 시트와 통풍 시트를 적용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시트 구조가 함께 놓이는 뒷좌석 하부 공간을 다시 설계한 결과다.

현대차는 시트 프레임과 배터리 주변 구조를 조정하고, 배터리 프레임 높이를 낮춰 2열 리클라이닝과 통풍 시트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했다. 배터리 냉각 경로도 트렁크 후방 방향으로 바꿨다. 하이브리드 세단에서도 후석 편의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주행 안정성도 보강됐다. 현대차는 차체와 전륜 서스펜션 장착부의 연결 구조를 강화하고 카울 크로스바 강성을 높였다. 유압 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도 적용해 노면 충격과 차체 진동을 줄였다. 하이브리드 모델 기준 공기저항계수는 기존 0.27에서 0.26으로 낮췄다. 액티브 에어 플랩과 에어커튼, 휠 디플렉터, 리어 범퍼 로워 커버 등을 활용해 공기 흐름을 다듬은 결과다.

◆플레오스 커넥트로 넓힌 차량 안 디지털 경험

더 뉴 그랜저는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탑재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차량 정보, 콘텐츠, 공조, 편의 기능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핵심은 차량 안 디지털 경험의 확장이다. 플레오스 커넥트에는 대형 언어 모델 기반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가 적용됐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 기반 개방형 플랫폼과 플레오스 앱마켓도 들어갔다. 차량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고, 음악·비디오 스트리밍과 게임 등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ver-the-Air, OTA)도 주요 축이다. 현대차는 OTA를 통해 글레오 AI, 클러스터, 내비게이션, 미디어, 음성인식, 차량 설정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차를 출고한 뒤에도 소프트웨어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고급 세단의 상품성 평가 방식도 바뀌고 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화면 안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전동식 에어벤트와 스마트 비전 루프까지 연결되며 차량 안 공간 경험을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사용자가 디스플레이와 음성인식을 통해 공조와 루프 기능을 제어하는 구조다.

전동식 에어벤트는 운전석과 센터, 동승석 측면에 히든 타입으로 배치됐다. 송풍구 노출을 줄여 대시보드의 수평 이미지를 살리는 동시에 바람 방향과 토출 범위를 정교하게 조절한다. 운전석, 동승석, 뒷좌석이 각각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3존 공조 시스템도 적용됐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개구 면적을 약 42% 넓히고, 1열 헤드룸을 51㎜ 늘린 기술이다. 고분자 분산형 액정(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s, PDLC) 필름을 적용해 빛의 투과량을 조절한다. 루프를 6개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투명도를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플레오스 커넥트와 음성인식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현대차는 스마트 비전 루프의 열 차단 성능을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 대비 약 30% 높였다고 설명했다. 유리 사이에 적용된 폴리비닐부티랄(Polyvinyl Butyral, PVB) 중간막은 빗소리와 풍절음 등 외부 소음 유입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개방감과 정숙성을 함께 챙겨야 하는 고급 세단의 요구가 반영된 기술이다.

◆일상 체감 기술로 완성한 그랜저의 고급감

더 뉴 그랜저의 안전·편의 기술은 운전자가 매일 마주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기능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edal Misapplication Safety Assist, PMSA)와 기억 후진 보조(Memory Reverse Assist, MRA)다.

PMSA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됐다. 정차 후 출발하거나 저속 주행 중 차량 전후방 약 1.5m 이내 장애물과 급격한 가속페달 조작을 감지하면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을 수행한다. 주차장이나 좁은 골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페달 오조작 사고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능이다.


MRA는 현대차 최초 적용 기술이다. 차량이 시속 30㎞ 이하로 전진할 때 최대 50m의 주행 경로를 저장하고, 운전자가 기능을 실행하면 저장된 경로를 기반으로 자동 후진을 지원한다. 시속 10㎞ 이하에서 조향을 보조해 협소한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부담을 줄인다.

1열 모니터링 시스템도 적용됐다. 인사이드 미러에 내장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피로와 부주의 상태, 안전벨트 착용 여부, 동승석 이상 자세를 인식한다. 안전 보조 기술이 전방 도로 상황뿐 아니라 실내 탑승자 상태까지 살피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사용 편의성도 바뀌었다. 더 뉴 그랜저는 방향지시등과 와이퍼를 하나의 레버로 통합한 멀티펑션 스위치, 상하 조작 방식의 전자식 변속 레버를 적용했다. 현대차 최초로 맥세이프 호환 듀얼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넣었다. 충전 패드 내부 공기 유로와 냉각 팬 성능을 개선해 장시간 충전 때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도록 했다.

현대차가 테크 팝업 스토어를 연 방식도 주목할 부분이다. 신차의 디자인과 가격, 트림을 설명하는 기존 행사와 달리 이번 행사는 연구원이 직접 개발 배경을 설명하고 고객이 기술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자동차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고객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도 상품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는 현대차 최초의 기술 중심 팝업 스토어이자 일반 고객들이 그랜저의 첨단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라며 "현대차는 앞으로도 고객 중심의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더욱 차별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 뉴 그랜저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AI, 공간 편의, 안전 보조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대중화하려는지 보여주는 모델이다. 고급 세단의 경쟁력은 이제 배기량과 승차감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효율과 정숙성, 소프트웨어 경험, 실내 공간의 체감 품질이 함께 평가된다. 현대차가 그랜저를 기술 중심 팝업 스토어의 첫 모델로 앞세운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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