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잇따라 미국행에 나서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총수들의 직접 등판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축으로 한 한·미 빅테크 협력이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가운데, 반도체 수장들이 미국 현지에서 투자자와 고객사를 동시에 챙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입성을 기념하는 자리다. 최 회장과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SK하이닉스의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ADR 규모는 약 43조원 수준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인 최대 1779만주가 신주로 발행된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극자외선(EUV) 스캐너를 포함한 기계장치 취득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번 미국행을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경쟁력과 성장성을 글로벌 자본시장에 적극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단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고객 맞춤형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최 회장은 방미 기간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의 연쇄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그는 지난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소캠(SOCAMM), 낸드플래시,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최 회장에 앞서 이재용 회장도 미국에서 글로벌 반도체 네트워크 확대에 나섰다. 이 회장은 7일부터 1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번 출장에는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도 동행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주최하는 비공개 행사로, 글로벌 미디어·정보기술 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억만장자 사교클럽’으로도 불린다. 올해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책임자와 함께 참석한 만큼, 주요 고객사들과 AI 반도체 및 파운드리 협력 확대를 위한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의 대형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비롯해 엔비디아 자율주행칩, 그록의 AI 칩 생산 협력 등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이번 선밸리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미국 현지 주요 고객사들을 잇따라 만나 파운드리뿐 아니라 HBM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 협력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의 SK와 종합 반도체의 삼성이 미국에서 각자의 승부수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총수들의 연쇄 미국행은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무대가 공장과 연구소를 넘어 자본시장과 고객사 네트워크까지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최 회장이 AI 메모리의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 회장은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아우르는 빅테크 협력망 확대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해외 현장에서 미국 측 파트너십 점검에 나선다. 스코틀랜드에서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를 만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배터리 합작 공장 등 조지아주 투자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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