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장윤기 사건이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공방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혐의와 수사상 문제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검찰 권한 축소를 둘러싼 논쟁은 경찰 수사를 누가 견제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기조에 따라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보완수사권부터 폐지하려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 보완수사권 폐지 공방… 권한 축소와 견제장치 사이
논란의 출발점은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이다. 경찰은 장윤기를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송치 이후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되고 경찰의 초동수사와 증거관리 과정 전반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보완수사권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다시 검토해 필요한 경우 추가 수사를 진행하거나 보강하는 권한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적인 수사 개입을 줄이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 위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대신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 등을 통해 수사의 적정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장윤기 사건은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의를 추상적인 권한 조정에서 실제 형사사법 시스템의 문제로 옮겨놨다. 검찰이 송치 기록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혐의 적용이 달라졌고,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까지 수사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보완수사권이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는 기능을 수행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검찰개혁 논쟁의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의 진상이 영원히 은폐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주장하며 보완수사권 존치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뿐 아니라 의붓딸 20년 성폭행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고(故) 김창민 감독 폭행치사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경찰의 초동수사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로 사건 실체가 밝혀진 사례는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가 지난해 발간한 검찰 보완수사 우수사례집을 거론하며 “장관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진 사건이 500건에 달한다”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결국 경찰의 수사권 완전 독점으로 이어지는 만큼 경찰 수사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 제시하는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보완수사 요구만 반복될 경우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구속 사건에서는 구속기간 문제로 실질적인 보완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견제 장치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현직 경찰인 피의자 아버지와 경찰 간부의 증거인멸은 영영 묻혔을 것”이라며 “장윤기 사건은 경찰만 수사하게 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단순 살인으로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며 “보완수사권은 존치해야 하며, 나아가 검찰 수사권도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일종·유상범·김소희 의원 역시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개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정치적 수사와 권한 남용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의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검찰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찰 수사에 대한 실효적인 견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면 검찰개혁 취지를 고려하면 보완수사권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맞서고 있다.
장윤기 사건은 검찰개혁 논쟁의 초점을 바꾸고 있다. 검찰 권한을 어디까지 축소할 것인가에 머물렀던 논의는 이제 경찰 수사의 오류와 부실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교정할 것인지라는 현실적인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가 형사소송법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검찰 권한 조정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수사 신뢰를 담보할 견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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