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 이하 현대차)의 미래차 전환이 기술보다 노사 관계 앞에서 더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전기차(Electric Vehicle, 이하 EV),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로봇 자동화는 투자와 개발 속도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생산 현장의 변화는 사람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드러난 쟁점도 여기에 모인다. 미래차 전환이 빨라질수록 고용 불안은 커지고, 고용 불안이 커질수록 전환의 속도는 다시 흔들릴 수 있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임금교섭 과정에서 '미래 산업 대비 고용안정' 관련 일부 요구안에 의견을 모았다. 현대차는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등 신기술에 공동 대응하고, 배터리 등 전동화 핵심부품 내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사업 전개와 인력 운영 등 고용과 연결되는 사안은 노조와 협의하기로 했고, 2027년까지 울산 EV 공장 전 라인의 전동화 차량(electrified vehicle, 이하 xEV) 공사를 마무리하는 내용도 담겼다.
AI 도입 과정에서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근로환경 개선에 기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방식 가운데 영업비밀·지식재산권에 해당하는 내용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지만, 노조가 기술 도입 과정의 고용 영향을 교섭 의제로 올린 흐름은 분명해졌다.
협의 범위는 생산 현장 전반으로 넓어졌다. EV와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배터리 내재화, 로봇 자동화는 생산라인의 인력 수요와 직무 구성을 바꾼다. 내연기관 중심으로 쌓아온 숙련은 일부 유지되지만, 부품 수와 공정 방식이 달라지는 순간 기존 일자리의 안정성은 흔들린다. 노조가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같은 합의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래차 시장은 제품 출시 시점, 생산 차종 배분, 공급망 재편, 원가 경쟁력이 맞물려 움직인다. 신사업과 생산 운영에서 협의 절차가 늘어나면 의사결정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EV 속도 조절과 하이브리드 재부상을 동시에 계산하는 상황에서 생산 전략은 더 자주 바뀔 수밖에 없다. 고용 영향과 인력 운영을 놓고 매번 노사 협의를 거쳐야 한다면, 현대차의 대응력은 교섭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임금교섭의 파열음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진행된 14차 교섭에서 기본급 8만4000원 인상, 성과금 350%와 950만원, 주식 12주 지급을 담은 2차 추가 제시안을 냈다. 지난 12차 교섭 때 제시한 기본급 7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와 900만원, 주식 10주보다 조건을 높였지만 노조는 수용하지 않았다.
노조의 반응은 강했다. 이종철 현대차지부장은 "논리 공방 시점은 지났다"며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고 명확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측 추가 제시안은 정말 실망스럽다"며 "15차 교섭에서 임금성을 포함해 별도 요구안, 핵심 사안 전향적 안이 없다면 노조는 갈 길을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도 교섭 장기화에 부담을 드러냈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교섭에서 "조속한 교섭 마무리를 위해 핵심 쟁점을 하나씩 가지치기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라며 "회사도 노력과 결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추가 임금성 제시가 교섭 진전에 큰 의미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시각차는 임금성 제시안에 그치지 않는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 인상 등에서도 이견이 남아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고, 지난 6일부터 평일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 거부에 들어갔다.
올해 교섭이 더 민감한 이유는 임금과 고용, 미래사업이 한 테이블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교섭 의제에는 임금, 성과급, 복지뿐 아니라 AI 도입, 신사업, 전동화 부품, 공장 운영, 인력 재배치가 함께 놓였다. 돈의 문제와 일자리의 문제가 맞물리면서 협상 구조도 복잡해졌다.
현대차의 미래차 전환은 이미 선언의 단계가 아니다. 울산 EV 공장 전환, 배터리·전동화 핵심부품 내재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적용은 생산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다. 공장을 새로 짓고 설비를 바꾸는 일보다 어려운 대목은 그 변화가 어느 직무를 바꾸고, 어느 공장의 물량을 조정하며, 어떤 인력 운영 기준으로 이어질지를 정하는 과정이다.
노조도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용안정 요구가 산업 전환을 늦추는 명분으로 굳어질 경우 결과적으로 일감 감소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EV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 중국 업체의 공세, 미국 관세 변수까지 겹친 상황에서 생산 유연성을 잃는 기업은 시장 대응력이 약해진다. 현대차의 미래 투자가 늦어지면 국내 공장과 조합원 일자리도 안전지대에 남기 어렵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노조가 혁신을 막느냐는 질문에만 갇히지 않는다. 노조는 전환의 비용을 현장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사측은 미래사업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결국 쟁점은 기술 변화에 따른 비용과 불안을 노사가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에 있다.
현대차의 경쟁력은 이제 차를 잘 만드는 능력에 더해 생산 현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로봇은 미래차 전환의 도구지만, 노사 관계는 그 도구가 실제 공장에 들어가는 속도를 좌우한다. 올해 임금교섭이 현대차 미래차 전환의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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