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기업, ‘애국 소비’가 살렸다…임우근 회장 일가 지배구조·실적 개선은 숙제

마이데일리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과 부산 본사. /그래픽=방금숙 기자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한성기업이 정부 상장폐지 기준 강화로 한때 코스피 퇴출 위기에 몰렸으나 소비자로부터 촉발된 ‘애국 소비’와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반면 임우근 회장 오너 일가의 내부거래 등 지배구조 리스크와 실적 개선은 한성기업의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성기업 공식 온라인몰 주문량이 평소보다 수십 배 이상 증가했다. 갑작스럽게 주문이 몰리면서 일부 제품은 품절됐고 배송도 지연됐다.

한성기업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접수돼 배송이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 상품은 재고 부족으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번 현상의 발단은 정부의 상장폐지 제도 개편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원으로 상향했고, 내년 1월에는 이를 500억원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달 초 한성기업 시가총액이 261억원까지 떨어지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스레드 등을 중심으로 “토종 식품기업을 살리자”는 구매 운동이 빠르게 번졌다.

한성기업이 25년째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영웅을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착한 기업’ 이미지가 더해졌고, 제품 구매와 주식 매수까지 이례적인 응원 소비가 확산했다.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3~4일 4200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6일 장중 5150원까지 치솟았다. 7일 오후 2시 40분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보다 210원(4.53%) 오른 4845원에 거래되며 시가총액도 상장 유지 기준을 웃돌았다.

/네이버

이 같은 응원에도 한성기업의 재무 상황은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성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3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약 110억원에서 58억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거래처 채권 손상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는 일부 회복 조심도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 당기순이익은 75.6% 증가했다. 과거 부실 요인이던 키리바시 법인 사업을 정리하면서 대손 위험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는 만큼 실적 회복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한성기업은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 업황 자체의 한계를 꼽았다.

한성기업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음식료 업종은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소외돼 있고, 한성기업도 수산업종으로 분류되다 보니 투자자 관심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부채비율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기업 김해공장 전경. /한성기업

이어 내년 1월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이 500억원으로 상향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응원이 상장폐지 위기를 넘기는 데는 힘이 됐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결국 실적과 지배구조 개선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극동수산과 한성식품은 과거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 내부거래에 의존해 왔다. 한성식품은 과거 2014~2017년 4년 연속 내부거래 비중이 100%를 기록했고, 극동수산도 같은 기간 90%를 웃돌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같은 내부거래 구조는 과거부터 오너 일가의 승계 기반 마련과 연결돼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소비자 응원에 걸맞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에서도 “토종기업을 응원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업가치와 지배구조도 함께 봐야 한다” “애국 소비와 투자는 구분해야 한다” “기업도 변화로 답해야 한다” 등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힌성기업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한성기업은 이달 7일 홈페이지와 SNS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온라인과 SNS에서 보내주신 따뜻한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큰 애정과 응원에 기쁘면서도 저희만 과한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된 ‘국산 원료만 사용하는 기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품질과 가격 등을 고려해 해외 원재료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제품별 원산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1963년 첫 항해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그래왔듯 누구나 안심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식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거창한 수식어보다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식품 기업으로 남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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