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이 90%를 넘어서며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실제 주주권 행사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 10곳 중 4곳은 서로 다른 안건에도 ‘주주권 침해 없음’ 등 같은 문구를 반복 기재해 형식적 공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공·사모 자산운용사 285곳의 펀드 의결권 행사·공시 내역 4만6827개 안건을 점검한 결과, 의결권 행사율은 91.8%, 반대율은 8.2%로 집계됐다.
행사율은 2024년 79.6%에서 지난해 91.6%, 올해 91.8%로 높아졌다. 반대율도 같은 기간 5.2%, 6.8%, 8.2%로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율이 99.8%, 반대율이 23.1%였던 점을 감안하면 자산운용사의 반대 의결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전체 안건 중 찬성은 3만8602건으로 82.4%를 차지했다. 반대는 3848건, 불행사·중립은 4377건이었다. 반대 의견은 임원 보수 1006건, 정관 변경 1200건, 이사·감사 선임 및 해임 1163건 등에 집중됐다.
문제는 공시의 충실성이다. 점검 대상 285개사 중 121개사(42.4%)는 의결권 행사 사유를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 없음’, ‘특이사항 없음’ 등 형식적인 문구로 기재했다. 내용과 유형이 다른 안건에도 동일한 사유를 반복해 투자자가 실제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괄 불행사나 일괄 찬성 사례도 남아 있었다. 모든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운용사는 50곳, 모든 안건에 찬성한 운용사는 82곳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 사모운용사였다.
내부 관리체계도 운용사 규모별 격차가 컸다. 공모운용사 67곳 중 의결권 등 주주권 행사 전담조직을 둔 곳은 18곳(26.9%)에 그쳤다. 나머지 49곳은 운용·리서치 담당자가 겸업하거나 경영지원 등 백오피스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다. 주요 안건 심의를 위한 별도 의사결정기구를 둔 곳은 40곳, 의결권 행사 실적 등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한 곳은 20곳이었다.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VIP자산운용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삼성자산운용은 전담조직 신설과 의사결정기구 강화, KPI 운영 등을 통해 주주권 행사 체계를 개선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활동을 분리한 의사결정 체계를 운영했고, VIP자산운용은 소형사임에도 운용 규모 대비 많은 전담 인력을 두고 주주서한과 경영진 면담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반면 신한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미흡 사례로 지적됐다. 신한자산운용은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사유를 일괄 기재했고, 우리자산운용은 의결권 행사 사유 중복기재율이 대형 공모운용사 중 가장 높았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중복기재율이 높아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금감원은 오는 13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신인의무 이행과 충실한 주주권 행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7~8월에는 공·사모 운용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점검 결과와 모범·미흡 사례를 공유한다.
금감원은 “공모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의결권 행사 사유 기재와 공시서식 준수 등은 개선되고 있다”며 “미흡 사례가 주로 소형 사모운용사에서 발생하는 만큼 의결권 행사와 공시 관련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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