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흔든 ‘삼전·하이닉스 2배’…레버리지 논쟁 어디까지

마이데일리
6일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한 달여 동안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의 95.6%(2268개)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이 금융당국을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인하겠다며 도입한 상품이 오히려 반도체 쏠림과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6일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한 달여 동안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의 95.6%(2268개)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승 종목은 4.4%(105개)에 불과했다.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ADR(등락비율)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수는 상승했지만 대부분 종목은 하락하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인버스 제외)의 거래대금은 212조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약 27%를 차지했다. 특히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거래대금이 84조원을 넘어서며 대표 지수 ETF인 KODEX 200을 제치고 거래대금 1위에 올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기 위해 목표 배율에 맞춰 매일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ETF 운용사는 현물 주식과 선물 등을 사고팔며 비중을 조정한다. 주가가 오르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추가 매도하는 구조여서 특정 종목에 자금이 집중될 경우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준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6.1%에서 최근 55.4%로 확대됐고, 거래대금 비중도 같은 기간 27.9%에서 63.5%로 높아졌다. 반도체 두 종목의 주가 변동이 코스피 전체 변동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 “쏠림 심화 우려“…한은도 입장 선회

한국은행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 비중이 주식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가 확대되면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레버리지 ETF 투자가 누적되면 일일 리밸런싱(재조정)과 현·선물 차익거래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주가 조정 국면에서는 개인 투자자 손실이 확대될 뿐 아니라 환매와 포지션 리밸런싱이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불과 열흘 전과 달라진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해외 상장 상품과의 규제 불균형을 완화하고 국내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에는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시장 쏠림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정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자금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며 “증권신고서를 수리하기 전에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던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규제 요구…당국은 제도 보완 착수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레버리지 특유의 ‘음의 복리효과’로 투자자 자산이 증발하고 있다”며 “코스피가 카지노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상장폐지 검토를 주장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고위험 투자로의 자금 유출을 막겠다는 명분 아래 국내 시장 내부에 또 다른 투기 수단을 키운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과 유동성공급자(LP) 호가 관리·평가기준 강화, 투자자 보호장치 보완 등을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증시 변동성을 모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잇따라 상향 조정된 반면 다른 업종의 이익 전망은 정체되면서 반도체로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 확대는 단일종목 ETF의 리밸런싱 거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이란 전쟁, 글로벌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최근 변동성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영향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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