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이제 K-콘텐츠를 화면으로 '보는 사람'은 한국을 직접 '오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30일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열린 'K-컬처 익스플레인드(K-Culture Explained)' 컨퍼런스에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불러온 패러다임 변화를 이같이 정의했다. K-엔터테크허브와 연세대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넷플릭스, 한국관광공사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K-콘텐츠를 매개로 글로벌 시청자를 현실의 한국 관광객으로 유입시키는 마케팅 전략과 데이터 기술의 비결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 스크린 뒤편의 한국을 찾아오는 글로벌 시청자들
첫 세션 발표자로 나선 한정훈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데이터를 공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한 대표는 과거 북미 중심의 '스크린 투어리즘'이 이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의 'OTT 투어리즘'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한 외국인 10명 중 8명이 넷플릭스 등 K-콘텐츠를 보고 한국 방문을 결정했다고 응답했으며, 콘텐츠 시청 후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70%에 달했다. 특히 이들이 관심을 보인 품목은 김밥, 빙수, 막걸리, 삼겹살 등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일상적인 음식들이었다.
이처럼 K-콘텐츠 영향으로 방한한 외국인들이 현지 음식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능동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며, 기존 관광객보다 오래 머물고 K-푸드·뷰티 등 콘텐츠와 연계된 소비 비중이 높아 고부가가치 관광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한강이나 명동, 서울타워 등 주요 촬영지를 방문한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자발적으로 재생산하며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콘텐츠 시청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실제 방한 전환율이 정비례하는 만큼, 미국의 촬영지 검색 앱처럼 콘텐츠 IP와 관광 상품을 선행적으로 묶는 통합 예약 시스템과 시즌별 한정판 굿즈 등 단기 효과를 장기화할 에코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넷플릭스가 마케팅하는 법: 광고 대신 '대화'를 만든다
김미후 넷플릭스 한국 마케팅 부문 디렉터는 K-콘텐츠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서게 된 원동력으로 '글로벌 팬덤 빌딩'을 꼽았다. 김 디렉터는 넷플릭스 마케팅의 본질이 어떤 매체에 광고를 집행할지 고민하는 데 있지 않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게 만들 것인가, 즉 대화를 촉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언어와 문화가 다른 글로벌 오디언스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지난해 흥행작인 '폭싹 속았수다'의 캠페인 사례처럼, 작품 공개 전 티저부터 공개 후 비하인드 다큐멘터리까지 팬들이 세계관에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 넷플릭스의 핵심 전략이다. 또한, 김 디렉터는 최근 흑백요리사 시즌2의 '당근 제거 AI 이미지' 소셜 이벤트나, 배우 김선호의 극 중 '심쿵 짤'이 틱톡에서 자발적으로 챌린지화된 사례를 제시했다.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팬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입소문이며, 더 큰 팬덤은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믿음이 기저에 있다는 의미다. 현재 넷플릭스가 보유한 전 세계 14억 명의 소셜 팔로워 인프라는 K-콘텐츠가 국경 없이 뻗어나가는 글로벌 고속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백종원 안대 포스터'에 숨겨진 시청자 취향 저격 기술
이강이 넷플릭스 한국 프로덕트 머천다이징 부문 디렉터는 시청자가 넷플릭스 앱을 켰을 때 K-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찾아내도록 돕는 '디스커버리' 기술을 소개했다. 인기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상위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취향에 맞춘 비주얼과 텍스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디렉터는 '흑백요리사 시즌2'에 실제 사용된 다양한 버전의 포스터를 예시로 들며 국가별 최적화의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한국 시청자들은 출연진과 익숙한 유머 코드에 민감해 백종원 심사위원이 눈 가리고 시식하는 비주얼이나 셰프들의 역동적인 대결 구도에 반응한 반면, 사전 배경지식이 없는 해외 시청자들은 서바이벌 컴피티션이라는 장르적 속성과 한식 자체를 강조한 포스터를 더 선호했다.
또한 웹툰 원작 드라마 '참교육'을 추천할 때도, 액션 장르 팬뿐만 아니라 평소 호흡이 긴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에게도 맞춤형 장르 큐레이션을 적용해 사용자가 모르는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도 등 모바일 중심 국가의 트렌드에 발맞춰 모바일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면 상단에 장르 진입점을 추가하고, 숏폼 형태의 '세로형 비디오 프리뷰' 기능을 미국에 이어 한국에도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는 K-콘텐츠의 힘이 글로벌 팬덤의 자발적인 참여와 플랫폼의 정교한 개인화 기술을 타고 한국의 푸드, 뷰티, 그리고 지역 관광으로 확산되는 경제적 전환 효과를 확인시켜 줬다. 스크린 속 이야기가 현실의 여정으로 이어지는 K-컬처의 영토 확장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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