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연구소 닮아가는 정비 현장, 현대차 서비스 재편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차가 똑똑해질수록 정비소도 똑똑해져야 한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늘어나면서 고장의 원인은 더 복잡해졌고, 고객이 서비스센터에 기대하는 답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고쳤다"는 결과가 아니라 "왜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해결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거 자동차 정비가 고장 난 부품을 찾아 교체하는 일에 가까웠다면, 앞으로의 정비는 차량이 남긴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에 가까워진다. 배터리와 제어기, 통신 데이터, 소음·진동, 소프트웨어 오류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만큼 정비센터의 역할도 수리에서 진단과 분석으로 넓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가 새로 문을 연 '수원하이테크센터'의 의미도 이 지점에 있다. 현대차는 수원하이테크센터(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부대로 30)를 7월1일부터 공식 운영에 들어간다. 이 센터는 기존 수원시 영통구에서 운영하던 시설을 용인 기흥구로 신축 이전한 고난도 정비 전문 거점이다.


눈에 띄는 것은 규모보다 역할이다.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1497㎡ 규모의 경기 남부권 최대 서비스 시설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곳에 부여한 기능은 일반 정비센터보다 넓다. 차량 데이터를 사전에 분석하고,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결함을 추적하며, 정비 인력을 교육하는 서비스 기술 허브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수원하이테크센터를 단순한 정비시설이 아닌 미래 서비스 거점으로 규정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건축 설계부터 공간 디자인, 정비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수원하이테크센터는 현대차의 서비스 철학인 신속·정확·친절을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맞게 새롭게 구현한 공간이다"라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입고 전 데이터를 읽는 서비스센터

수원하이테크센터의 핵심은 자동화된 정비 환경과 데이터 기반 진단 역량이다. 차량 입고 이후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입고 전 차량 데이터를 먼저 분석하고 정비 계획을 세우는 구조를 강화했다.

현대차는 원격진단 서비스 플랫폼인 RDSP(Remote Diagnosis Service Platform)를 활용해 고객 차량 데이터를 사전에 확인하고, 필요한 정비 솔루션을 도출한다. 고객이 예약을 하면 센터는 전담 엔지니어를 배정하고, 차량 데이터와 예약 내용을 바탕으로 작업 계획을 미리 수립한다. 정비가 '접수 이후 시작되는 일'이 아니라 '예약 단계부터 준비되는 프로세스'로 바뀌는 셈이다.


자동화 설비도 대거 들어갔다. 부품 운송에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 자율 부품 이송 로봇), AGV(Automated Guided Vehicle, 자율주행 운반 로봇), ACR(Autonomous Case-handling Robot, 자율 케이스 처리 로봇)이 활용된다. 정비 차량 이송에는 무인 카 리프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람의 숙련도에 의존하던 이동·대기·반복 작업을 줄이고, 엔지니어가 실제 진단과 정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현대차가 강조하는 신속은 작업 속도를 높인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고, 정비 동선을 줄이며, 사전 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쪽이다. 서비스센터의 효율화가 고객 경험과 정비 품질을 동시에 건드리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별도공간도 마련됐다. 수원하이테크센터에는 데이터&NVH 분석실이 새롭게 구축됐다. 이곳에서는 소음, 영상, 제어기 통신 등을 분석해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결함을 추적한다. 전기차와 SDV 시대에는 불편 증상이 물리적 고장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 제어, 전장 시스템, 차체 진동, 실내 소음이 함께 얽히는 만큼 분석 장비와 데이터 해석 능력이 정비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품질합동분석실도 같은 맥락에 있다.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구소와 본사 유관 부문이 분석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원인을 조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비스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가 연구·품질 부문으로 이어지고, 다시 차량 개선과 정비 대응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일반적인 고객 응대 시설 이상의 성격을 갖는다. 고객 차량을 고치는 곳이면서 동시에 현대차가 시장에서 발생하는 품질 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접점이 된다. 전동화와 SDV 확산 이후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 경쟁력이 판매 이후 관리 능력에서 갈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고난도 정비·현장교육 묶은 기술 거점

수원하이테크센터가 맡는 또 다른 역할은 정비 인력 교육이다. 현대차는 이곳에 거점 기술교육 센터인 RTC(Regional service Training Center)를 운영한다. 블루핸즈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신차 구조, 신기술 진단, 신형 진단장비 활용법 등을 교육하는 공간이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전동화 차량과 SDV가 늘어날수록 정비망의 품질 격차는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 일부 상위 거점만 고난도 정비를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고객 접점 전체의 품질을 높이기 어렵다. 결국 전국 단위 정비망이 같은 기술 언어와 진단 기준을 갖춰야 한다.

현대차가 수원하이테크센터를 블루핸즈와 연결된 상위 거점으로 설계한 이유다. 하이테크센터가 고난도 정비를 맡고, 블루핸즈는 교육과 지원을 통해 대응 역량을 높이는 구조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까운 정비망에서 기본 서비스를 받고, 복잡한 문제는 상위 거점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수원하이테크센터를 포함해 전국 22개 하이테크센터를 SDV와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는 정밀 진단 및 고난도 정비 특화 거점으로 단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관은 특정 지역의 서비스센터 확충에 그치지 않는다. 수원하이테크센터는 현대차 서비스 체계 개편의 한 장면이자, 향후 전국 네트워크 고도화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객 응대 방식도 바뀐다.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입고 상담부터 작업, 출고까지 한 명의 엔지니어가 전 과정을 책임지는 1:1 전담 엔지니어 배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키오스크 접수와 실시간 알림톡, 모바일 결제도 적용된다.

고객은 예약 이후 사전 배정된 엔지니어를 통해 정비 계획을 안내받고, 방문 당일 키오스크로 접수한 뒤 모바일 알림톡으로 상담 순서와 위치를 확인한다. 정비 중에는 진행 상황을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고, 출고 과정에서도 담당 엔지니어 설명과 모바일 결제가 이어진다.

서비스센터에서 고객 불만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점은 대기시간, 설명 부족, 진행상황의 불투명성이다. 현대차가 수원하이테크센터에서 사전 진단과 전담 엔지니어, 모바일 안내 체계를 결합한 것은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정비 품질 못지않게 과정의 투명성이 고객 신뢰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랜드마크보다 중요한 서비스 체계 변화

건축적 특징도 눈에 띈다.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원형 타워 구조로 설계됐다. 1층에는 고객 전용 라운지인 아트리움과 차량 입고장, 상담 부스, 제네시스 굿즈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2층부터 4층까지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차량의 점검·정비 공간이 브랜드별로 배치됐고, 5층에는 사무실과 회의실, 식당 등 직원 복지 공간이 들어섰다.


외관에는 루버(louver)를 적용해 자연 채광과 입체감을 살렸고, 옥상에는 차양 시스템과 태양광 설비도 도입했다. 지하 1층에는 전산 관리 시스템과 연계한 부품 창고를 마련했으며, 외부에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충전공간도 갖췄다.

다만 이 센터를 건축물로만 바라보면 핵심을 놓친다. 현대차가 강조하는 원형 타워와 아트리움, 자동화 동선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향한다. 고객 동선과 차량 동선, 부품 이동, 데이터 분석, 엔지니어 작업을 한 공간 안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하느냐다.

서비스센터는 완성차 업체가 고객과 다시 만나는 공간이다. 차를 판매할 때의 브랜드 경험이 기대를 만든다면, 정비와 수리는 그 기대가 검증되는 순간이다. 전동화와 SDV 시대에는 이 검증의 난도가 더 높아진다. 고장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서비스, 대기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정비망, 고난도 결함을 현장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체계는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린다.

수원하이테크센터 개관은 현대차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큰 센터를 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비를 데이터와 분석, 교육이 결합된 기술 서비스로 재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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