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2014년 이후 11년 만에 국내 해외직구 시장이 8조5000억원대 규모로 커지면서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형은 글로벌 탑티어 수준으로 비대해졌지만 물류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소비자 보호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배송 지연 사태를 겪었던 배송대행업체 '투패스츠' 사태가 대표적이다. 본지의 단독 보도 후 뉴저지·델라웨어 물류창고의 출고가 재개되며 최악의 물류 대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상품을 받지 못한 이용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 해외직구 배송대행 ‘투패스츠’ 논란…먹튀 우려피해자 단체대화방 700명 넘어
3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액은 2023년 6조8158억원에서 2024년 8조863억원, 2025년 8조5082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증가율은 5.2%로 전년보다 둔화했지만 규모는 처음으로 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월평균 약 7090억원, 하루 평균 약 233억원이 해외직구로 결제된 셈이다. 올해 1분기에도 1조97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해 해외직구가 일상 소비 채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구매용품도 다양해 지고 있다. 해외직국 시장 초창기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직접 사는 수요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일상 생활용품과 식품, 패션, 유아용품으로 구매 범위가 넓어졌다.
거래 규모가 커진 만큼 거래 구조도 복잡해졌다. 국내 전자상거래는 소비자가 국내 플랫폼이나 판매자에게 상품을 주문하면 결제, 배송, 교환·환불 절차가 비교적 한 흐름 안에서 진행된다. 문제가 생겨도 판매자와 플랫폼, 택배사 등 책임 주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해외직구는 소비자가 해외 판매자에게 직접 상품을 구매한 뒤 현지 배송, 물류센터 입고, 국제 운송, 통관, 국내 배송을 거쳐 물품을 받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배송대행업체가 현지 창고 수령과 보관, 국제 배송 일부를 맡기도 한다.
배송대행을 이용하면 상품 구매 계약과 배송대행 계약이 분리된다. 상품 구매는 해외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이뤄지고, 배송대행업체는 해외 현지에서 물품을 받아 한국으로 보내는 역할만 맡는다.
이 과정에서 배송 지연이나 분실이 생기면 문제가 해외 판매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현지 물류센터 보관 과정인지, 국제 운송이나 통관 단계인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해외 판매자는 “배송대행지까지 보냈다”고 하고, 배송대행업체는 “판매처나 운송 단계 문제”라고 답할 여지가 생긴다. 소비자로서는 책임을 물을 상대가 분명하지 않다.

◇ 투패스츠 일부 출고 재개…남은 이용자 불안은 여전
투패스츠 사태는 이런 구조적 공백이 드러난 사례다. 투패스츠는 미국 법인 엘라스포켓(ELLASPOCKET LLC)이 운영하는 배송대행 서비스다. 미국 뉴저지와 델라웨어 물류센터를 거점 삼아 국내 소비자가 미국 쇼핑몰에서 산 물품을 한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올해 3~5월을 중심으로 이용자 사이에서는 배송비 결제 이후에도 국내 배송이 진행되지 않거나 운송장 조회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고객센터 답변 지연과 물품 소재 확인 어려움도 주요 피해 사례로 꼽혔다.
당시 피해자 단체대화방에는 7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고, 피해 사례 취합 양식을 작성한 인원은 349명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 피해를 주장했다.
다행히 최근 물류센터에 보관 중이던 일부 물량이 순차적으로 출고되면서 상품을 받았다는 후기가 나오고 있다. 30일 기준 단체대화방 인원도 260여명으로 줄었다. 다만 아직 출고를 기다리는 이용자가 남아 있고, 잔여 물량 규모와 처리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워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늘어도 구제 한계는 뚜렷
지난해 국가·지역별 해외직구액은 중국이 5조574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조4157억원, 일본 6000억원, 유럽연합 5244억원, 영국 1113억원, 캐나다 674억원 순이었다.
해외직구 대상 국가가 넓어지고 배송대행, 플랫폼 직접배송 등 배송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피해 유형도 복잡해졌다. 거래 상대방이 해외에 있거나 국내 법인과 책임 창구가 분명하지 않으면 지연·분실·환불 분쟁이 생겨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해결까지 더 오래 걸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4년 국제거래 소비자상담은 2만2816건으로 전년 1만9418건보다 17.5%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직접구매 상담이 1만4720건으로 전년 대비 24.8% 늘어 전체의 64.5%를 차지했다. 구매·배송대행 관련 상담도 7566건이었다.
불만 사유는 취소·환급 지연 및 거부가 39.2%로 가장 많았다.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와 가격 불만이 17.0%, 계약불이행이 15.2%로 뒤를 이었다.
투패스츠 배송대행 피해자 대표 A씨는 “배송대행 단계에서 물건이 오래 묶이면 해외 쇼핑몰에 반품이나 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기간을 놓칠 수 있다”며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분실됐는지, 파손됐는지도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에서 나온 출고 지연과 환불 지연, 물품 위치 확인 어려움도 결국 이런 환불·계약 이행 문제와 맞닿아 있다.

소비자가 구제를 받을 창구는 있다. 국내 사업자와의 분쟁은 1372소비자상담센터나 소비자24에서 상담·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해외 사업자와의 분쟁은 한국소비자원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 피해구제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합의를 권고하는 절차인 만큼, 사업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합의가 불발되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절차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마저도 양 당사자가 수락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현행 법제의 한계도 뚜렷하다. 전자상거래법은 국내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자의 표시·광고, 청약철회, 소비자 피해 보상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해외 판매자나 해외 법인 배송대행업체까지 같은 수준으로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기본법상 피해구제와 분쟁조정 절차 역시 강제력에 제한이 있어, 해외 법인이나 해외 물류 거점이 낀 분쟁에서는 구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소비자법 전문가는 현행 제도가 해외 배송대행 구조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본다. 전자상거래법과 소비자기본법이 국내 사업자를 전제로 설계돼, 해외 법인이나 해외 물류 거점이 낀 거래에서는 적용과 집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원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직구 배송대행은 판매자, 배송대행업체, 운송사가 각각 분리된 구조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지기 쉽다”며 “해외 법인의 경우 분쟁조정이나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집행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품 소재나 분실 여부에 대한 정보도 대부분 사업자 측에 집중돼 있어 소비자가 손해와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이런 점이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구제받는 데 장애가 된다”고 짚었다.

◇ 대형 플랫폼 대책으론 배송대행 공백 못 메워
정부도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문제 대응을 강화해 왔다. 2024년 5월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위해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의 반입 차단, 해외 플랫폼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소비자24를 통한 해외직구 정보 통합 제공 등을 추진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자율 제품안전협약을 체결해 위해제품 정보 공유와 판매 차단 체계를 마련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외직구 서비스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조사해 테무에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대형 플랫폼의 상품 안전과 개인정보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개별 배송대행업체의 장기 미출고·분실·보상 지연까지 메우기는 어렵다.
업계 안팎에서는 배송대행업체의 정보 공시와 보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정 금액 이상 물품에는 배상책임보험이나 보증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보험 가입 여부와 보상 한도는 물론 장기 지연 시 환불·보상 기준까지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해외 쇼핑몰에 직접 결제한 물품대금 전체를 국내 제도로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배송대행업체가 받는 수수료와 운송 책임 구간만큼은 사전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는 취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에 기반을 둔 배송대행업체는 국내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책임 소재를 따지거나 배상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면 보증보험 가입, 보상 한도 고지, 분쟁 대응 창구 마련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교수도 “배송대행업체의 책임을 약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물품 입고, 보관, 운송, 장기 지연 등 단계별 책임 범위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물품 소재와 처리 현황에 대해서는 사업자의 고지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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