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66% 늘었지만 AI 적자 550억…카카오 노사, ‘성과의 몫’ 놓고 담판

마이데일리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과 연대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유스페이스광장에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카카오가 올해 1분기에 기록한 ‘어닝 서프라이즈’가 임금협약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실적 회복에 걸맞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회사측 셈법이 충돌하면서다. 단기 실적 개선의 과실을 ‘현재의 보상’과 ‘미래의 투자’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사는 지난 10일 공동 부분파업 이후 이번 주부터 임금교섭을 재개했다. 카카오 본사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4개 계열사도 줄줄이 교섭 일정을 조율 중이다.

카카오 노사는 올해 초부터 성과급 등 보상체계를 포함한 임금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이번 협상이 불발되면 노조의 단체행동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 영업익 66% 증가…AI 손실은 190억원 확대

카카오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1분기 실적에 있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1%, 영업이익은 66.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7.3%에서 10.9%로 3.6%포인트 상승했다.

본사 실적도 개선됐다. 별도 기준 매출은 7009억원으로 5.9%, 영업이익은 1193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7.0%로 전년 동기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카카오 별도 영업이익은 4402억원이었다.

반면 AI 투자 부담은 커졌다. 카카오의 AI 서비스 부문은 1분기 5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0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190억원 확대됐다. AI 손실을 제외한 본사 영업이익은 1740억원이었지만 AI 비용을 반영한 실제 별도 영업이익은 1193억원으로 줄었다.

노조가 실적 회복에 따른 성과 배분을 강조할 수 있는 숫자와 회사가 미래 투자 여력을 주장할 수 있는 숫자가 같은 실적표에 함께 담긴 셈이다.

카카오 사옥. /카카오

◇ RSU 포함 여부·보상 기준 두고 평행선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산정 방식이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토대로 명확하고 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마련하고, 직원에게 지급하는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성과급과 별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RSU를 포함한 전체 보상 규모가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앞서 노조 요구안에 대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까지 고려하면 경영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갈등은 성과급 액수를 넘어 고용 안정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졌다. 노조는 계열사 매각과 분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커졌으며 경영 실패의 책임과 보상은 경영진과 직원에게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한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카카오 본사에서 파업이 벌어진 것은 전신인 아이위랩이 설립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노조 추산 약 15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당시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다만 노조는 오는 29일 조합원들이 연차를 사용하고 사내 업무 시스템에서 동시에 로그아웃하는 ‘로그오프 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부분파업보다 참여 범위와 업무 중단 시간이 확대될 수 있어 이번 교섭 결과가 갈등 장기화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카카오 측은 “노조와 교섭을 성실히 진행하고 있다”며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조속히 합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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