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욱의 포인트] 반복된 포스코그룹 안전사고의 교훈

포인트경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인화 회장 등 포스코그룹 경영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인화 회장 등 포스코그룹 경영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포인트경제] 산업 현장에서 빚어지는 죽음의 릴레이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를 몰라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추락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고, 끼임과 협착, 붕괴가 위험하다는 사실도 모두 안다.

기업들은 매년 안전예산을 늘리고 정부는 처벌을 강화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수많은 안전혁신 대책도 쏟아졌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개구부에 빠지고, 설비에 끼이고, 무너진 구조물 아래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망사고 역시 우리 사회에 동일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우리는 과연 안전을 관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고 이후 책임만 관리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는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30대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케이블 트레이 설치를 위한 개구부 확장 작업 중 약 15m 아래로 떨어진 사고였다. 신안산선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광명 구간에서는 터널과 도로가 붕괴되며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해 여의도 구간에서는 철근 다발이 무너지며 하청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 이후 신안산선 7개 현장에 대한 특별점검과 포스코이앤씨 본사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포스코이앤씨 현장 사망자는 2023년 1명, 2024년 3명, 2025년 5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코그룹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투자 확대와 안전조직 강화,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 현장점검 확대 등을 약속해 왔다. 장인화 회장 또한 반복되는 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그룹 차원의 안전혁신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사고는 반복됐다. 포스코그룹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안전혁신은 발표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여러 차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추락과 붕괴, 협착과 중량물 사고가 반복됐다면 안전혁신이 실제 작업 방식과 공정관리, 협력업체 관리 체계까지 충분히 스며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대표 제조·건설 기업인 포스코그룹은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안전예산과 인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면 포스코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 있는 당사자다.

△포스코 사고가 한국 산업현장을 보여주는 이유

다만 이번 사고가 남긴 교훈은 포스코그룹 비판에만 머물지 않는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산업현장의 축소판에 가깝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는 설비 정비와 중량물 작업, 밀폐공간 작업이 이뤄지고,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는 고소작업과 터널공사, 토목구조물 공사, 다단계 협력업체 구조가 맞물린다. 제조업과 건설업, 장치산업이 안고 있는 위험요소가 모두 집약돼 있다.

실제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포스코 사고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605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이 43.5%로 가장 많았고, 물체에 맞음과 끼임 사고가 뒤를 이었다. 결국 사람을 죽이는 사고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추락과 끼임, 협착, 붕괴 같은 전통적인 위험들이다.

포스코이앤씨 신안산선 사고 역시 개구부 작업 중 추락이었고, 광명 현장은 붕괴 사고, 여의도 현장은 중량물 사고였다. 제철소 사고 역시 끼임과 협착, 질식 위험이 반복된다. 이는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우려되는 것은 포스코조차 이 정도라는 사실이다. 포스코는 국내 최고 수준의 안전예산과 전담 조직, 경영진 책임 체계를 갖춘 대기업이다. 만약 이 정도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서도 추락과 끼임 사고가 반복된다면 안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와 영세 건설현장의 현실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의 성적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분명 산업현장을 바꿨다. 기업들은 안전담당 임원을 두고 이사회 보고 체계를 구축했으며 위험성 평가와 안전교육을 확대했다. 포스코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책임은 강화됐지만 위험은 줄었는가. 보고서는 늘어난 만큼 현장의 작업중지 권한은 커졌는가. 안전교육은 많아졌지만 공기와 비용 압박 속에서도 위험작업을 멈출 수 있는 문화는 만들어졌는가.

최근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나타난 한계를 지적한다. 책임은 경영진에게 집중됐지만 실제 위험 통제권은 현장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법적 책임은 위로 올라갔지만 위험은 여전히 아래에 머물러 있다.

원청은 책임을 지고, 1차 협력사는 공정을 관리하며, 2차 협력사와 노동자는 실제 위험작업을 수행한다. 결국 책임과 위험, 통제권이 분리된 구조가 만들어진다.

포스코 사고가 남긴 가장 큰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책임관리에서 위험관리로 전환할 때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책임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권한과 시간, 비용이 현장에 함께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건설현장의 경우 공기 단축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발주처는 조기 준공을 원하고 원청은 공정 지연을 최소화하려 하며 협력업체는 제한된 비용 안에서 인력과 장비를 운영한다. 결국 위험은 가장 아래 단계의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위험작업을 멈추면 손해를 보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사고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안전상 이유로 작업을 중단한 경우 공기 연장과 비용 보전을 인정하는 표준계약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안전 때문에 멈춘 현장이 손해를 보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작업중지권은 선언적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안전 매뉴얼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안전수칙 중심 매뉴얼에서 벗어나 작업중지 기준 중심 매뉴얼로 전환해야 한다. 개구부 작업 시 난간과 덮개가 설치되지 않았다면 작업을 시작할 수 없고, 밀폐공간에서 유해가스 측정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작업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 수준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안전의 기준은 권고가 아니라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

제철소와 플랜트 산업에서는 LOTO(Lock Out Tag Out) 절차를 핵심 안전지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설비 전원을 차단하고 잠금장치를 설치한 뒤 작업하는 방식으로, 끼임과 협착 사고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안전장치다. 포스코 같은 장치산업 기업에서는 LOTO 준수율을 안전 KPI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포스코그룹은 분명 책임져야 한다. 반복된 사망사고에도 안전혁신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면 경영진과 조직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포스코 사고를 특정 기업의 실패로만 관망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그룹은 한국 산업현장의 축소판이다. 그곳에서 반복되는 추락과 끼임, 협착과 질식은 결국 대한민국 산업안전 체계가 아직도 위험보다 책임을 더 많이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우리 사회는 그동안 책임을 강화하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위험을 제거하는 데는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 법적 책임은 위로 올라갔지만 위험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코그룹 사고가 던지는 포인트는 분명하다. 책임은 강화됐지만 위험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보다 어떻게 위험을 제거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안전은 사고 이후 책임을 묻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험을 발견하면 멈출 수 있고, 멈춰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위험을 제거할 때까지 작업을 재개하지 않는 시스템이 작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 산업안전 정책의 무게중심도 책임관리에서 위험관리로 옮겨가야 한다. 그것이 반복된 포스코그룹 안전사고가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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