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종식 국면에 접어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선이 북한을 향하는 모습이다. 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는가 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선 남북관계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기도 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밀착을 심화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성과와 동북아 정세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다시 힘을 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단체촬영 과정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먼저 남북관계의 근황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약 30초의 짧은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양 정상의 대화에 눈길이 집중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는 점과 맞물리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란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시선이 북한을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북미 대화 최대 변수 ‘북중러 밀착’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 성과를 안겨 준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싱가포르에서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2019년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의 배경이 됐고 그는 이후 “그와 잘 지내고 있다”며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동 상황 종식 후 외교적 성과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에 집중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동북아 정세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설 유인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도 밀착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가 단순히 ‘비핵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세력 균형’의 문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 견제를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대화의 실현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과 달리 현재의 북한은 중국·러시아라는 ‘우군’을 확보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시진핑의 평양 방문과 북중관계의 재설정’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 전략적 자신감을 얻고 중국을 통해 체제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대화의 전제로 삼고 있다는 점도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30초 간 대화는 정상외교 현장에서 상대국의 주요 현안을 묻는 인사치레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관’을 고려했을 때 이를 한미 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가 남북관계 의제를 말하면 미국은 방위비, 호르무즈 비용 등을 청구할 협상 공간을 넓히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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