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에서 최근 한 달 사이 화재와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역 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조성 중인 신규 생산라인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자, 산업 안전 시스템 전반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회사 측은 "파악 중이다"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 열흘 만에 재발한 가스룸 화재…정비 주간 무색
충북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9시 56분쯤 청주 4캠퍼스 M15X 공장 2층 가스룸에서 불이 났다. 소방방재팀과 자체 스프링클러 시설이 가동되면서 화재는 10여 분 만에 진압됐으나, 현장에 있던 직원 약 4000명이 대피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작업자 1명이 발목에 화상을 입었고, 어지럼증을 호소한 1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문제는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열흘 전인 1일에도 동일한 공정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M15X 공장 가스룸에서 불소와 질소를 혼합하던 중 불이 나 미량의 불소가 가스룸 내부에 누출됐다.
두 사고 모두 가스 공급 설비 내부에서 화학물질을 배합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SK하이닉스는 첫 번째 화재 직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현장 정비 주간을 가동했으나, 점검이 끝난 직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측의 방재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올해만 5번째 안전사고…배관부터 가스 배합까지 총체적 부실 의혹
청주사업장의 안전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이달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유해 물질 누출 및 화재 사고는 총 5건에 달한다. 충북도가 관련 통계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한 누적 사고 6건 가운데 5건이 올해 몰렸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배관 작업 중 고농도 공정 폐액인 폐인산 30리터가 유출돼 현장 인부 5명이 물질에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어 이달 10일에는 유독성 물질 노출 의심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과 환경청이 긴급 조사에 나서는 소동이 일어났다. 검사 결과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중성 액체로 확인됐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사소한 이상 징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불안감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고가 집중된 4공장의 M15X 라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핵심 시설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시장 수요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연장 작업을 지시하며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다 안전 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등은 사측이 주 3회 밤 10시까지 연장 작업을 진행하는 등 공기 단축을 압박하며 현장의 사전 경고를 소홀히 다루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자의 질문에 사측은 "별달리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 지자체 감시 권한 강화 및 민관 합동 규명 목소리 높아져
사고 원인 규명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가스를 다루는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주변 지역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인근 주거단지 주민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공장 인근은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지역으로, 대규모 유출 사고 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일련의 자잘한 사고들이 더 큰 사고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업의 자체 조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 대표,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 역시 현행법상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안전 점검과 사고 조사를 환경부 소속 기관이 전담하고 있어 지자체의 신속한 개입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충북도와 청주시는 환경청에 합동 점검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충북소방본부는 사업장 관계자 대상 안전 컨설팅과 외부 전문가 합동 화재안전조사를 포함한 특별 소방안전대책을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SK하이닉스 측은 단기간 내 5차례의 사고가 발생하고 소방당국의 특별 대책이 가동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5일 "외부에 밝힐 수 있는 세부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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