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대웅제약이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의 선봉에 서며 그 갈등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0일 의약품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의약품유통협회는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우려와 반발은 기존 도매 거래망의 축소 가능성이다. 대웅제약뿐 아니라 타사로도 번질 수 있다.
대웅제약이 특정 거점도매를 중심으로 공급 체계를 재편할 경우, 그동안 대웅제약 제품을 취급해온 기존 도매업체들의 공급권이 줄고 중소 유통사의 거래 기반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는 “거점도매 체계가 본격화되면 기존 거래 도매업체들의 공급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소 도매업체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유지해온 거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안을 개별 제약사와 도매업체 간 거래 조건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유통 구조 전반의 문제로 보고 있다.
대형 제약사가 특정 도매업체 중심의 공급 체계를 확대할 경우 유통업계 전반에 유사한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쟁점은 공급 안정성이다.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공급 공백이 발생하면 약국과 의료기관, 환자에게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유통업계는 다양한 도매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확보해온 기존 구조가 약화될 경우, 품절이나 배송 지연이 발생했을 때 대체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공급 공백이 생기면 현장 피해가 바로 발생할 수 있다”며 “특정 경로에 공급이 집중되면 품절이나 배송 지연이 발생했을 때 대체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 갈등은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블록형 거점도매 선정 입찰을 공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올해 2월 5개 거점도매 선정과 3월 운영 방침이 알려지면서 유통업계의 반발이 본격화됐다.
블록형 거점도매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선정된 도매업체가 해당 지역의 공급 거점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여러 도매업체가 대웅제약 제품을 직접 공급받아 약국과 의료기관에 납품해 왔다면, 새 체계에서는 선정된 거점도매가 권역 내 재고 관리와 배송, 반품·회수 등 유통 업무의 중심을 맡는다.
의약품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성명서 발표, 탄원서 제출, 대웅제약 본사 앞 1인 시위와 규탄대회 등을 이어왔다.
협회는 이번 사안을 의약품 유통 구조의 방향성을 가르는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박호영 의약품유통협회 회장은 “대웅제약과의 싸움이라기보다 의약품 유통 구조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문제”라며 “유통업계의 역할과 공급망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블록형 거점도매가 물류 효율화와 공급망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배송 품질 향상과 재고관리 효율화, 품절 예방 등을 통해 약국과 환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기 위한 구조가 아니라, 의약품 배송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책임형 유통 파트너 체계”라며 “약국 현장에서 제기돼 온 배송 지연, 품질 관리, 반품 처리 문제를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자유통구조는 그동안 약국 현장에서 의약품 파손·변색 등 품질 이슈, 배송 시간의 불확실성, 문고리 배송에 따른 분실 위험, 소량 주문 대응 한계, 복잡한 반품 절차와 환급 지연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은 식품 등 다른 품목보다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실제 현장에서는 유통 경로와 재고 흐름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블록형 거점도매는 이런 깜깜이 유통을 줄이고, 콜드체인과 추적 배송을 통해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거점도매 유통 파트너사 선정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약 3개월간 사전 홍보와 제안요청서 배포, 질의응답, 제안서 접수, 평가 등 절차를 거쳤으며 의약품 적정관리기준(KGSP) 운영체계 준수, 권역별 커버리지 계획, 비상·안전 관리방안, IT 및 수요예측시스템(DCM) 운영 역량 등을 평가했다.
또한 의약품 품질 관리를 위해 전 공정 콜드체인 체계를 강화하고, 의약품 배송 전용 운송관리시스템(TMS)을 통해 배송 과정을 디지털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반품 처리 기간 단축도 주요 개선 사항으로 내세웠다. 거점 유통사가 직접 수거해 제약사로 전달하는 직배송 반품 시스템과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반품 요청부터 최종 처리까지 10일 이내 완료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대웅제약과 유통협회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양측은 최근 실무 차원의 접촉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양측 소통을 주선하는 등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회동 날짜나 합의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 제기되는 현장 우려도 충분히 살펴보고 있다”며 “운영 과정에서 확인되는 불편 사항은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약국이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통업계와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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