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을 찾은 장면은 단순한 기업 간 교류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기존 자율주행 중심에서 로보틱스, 피지컬 AI, AI 팩토리, 새만금 AI 밸리 구상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8일 젠슨 황 CEO는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을 방문해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박민우 사장, 김흥수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만났다. 엔비디아 측에서는 젠슨 황 CEO를 비롯해 메디슨 황 등이 동행했다.
이번 방문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로도 구성됐다. 정의선 회장의 안내를 받은 젠슨 황 CEO는 자동수소충전로봇, 포니와 기아 T600 등 헤리티지 전시물, 관수로봇,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기아 PV5, 모베드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로비 투어 내내 그는 "대단하다(Amazing)", "아름답다(Beautiful)"는 반응을 보였고, 현대차 최초의 승용차 포니를 향해서는 "현대 브랜드의 첫 차"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현장 분위기는 딱딱한 경영진 면담보다는 기술을 매개로 한 교류에 가까웠다. 스팟이 영어로 환영 인사를 건네자 젠슨 황 CEO는 "그럼 제 신용카드를 드릴게요"라고 농담했고, 기아 PV5 운전석에 직접 앉아 내부를 살펴보기도 했다. 모베드 시연을 본 뒤에는 "이런 기술이 오프로드 차량에 적용되면 좋을 것 같다"며 "더 큰 버전이 나오면 오프로드에서 대단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후 젠슨 황 CEO는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을 향해 "AI의 다음 물결은 모빌리티와 피지컬 AI"라고 강조했다. 양재 사옥 로비에서 이어진 짧은 스피치는 이날 방문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대목이었다.
◆AI 다음 물결은 모빌리티·피지컬 AI
이날 방문에서 가장 주목된 대목은 젠슨 황 CEO가 직접 밝힌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 방향이다. 양재 사옥 로비 투어가 현대차그룹의 기술 역량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아고라에서 이어진 스피치는 양사의 협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까웠다.

젠슨 황 CEO는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을 향해 "우리 두 회사는 매일 더 많은 일을 함께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업이고, 현대차는 모빌리티 분야의 거인이자 전문가"라며 현대차그룹의 제조·모빌리티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강조한 협력의 핵심은 AI와 모빌리티의 결합이었다. 젠슨 황 CEO는 "오늘 우리는 AI와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문성을 결합해 미래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며 "모빌리티의 미래를 바꾸고, 동시에 로보틱스의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존 자율주행 중심의 협력이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직접 언급한 셈이다.
특히 그는 AI 산업의 다음 확장 영역으로 모빌리티와 피지컬 AI를 지목했다. 젠슨 황 CEO는 "AI의 다음 물결은 모빌리티와 피지컬 AI"라며 "AI가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 사람들을 위해 가치 있는 일, 생산적인 일을 수행하는 미래"라고 설명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바라보는 AI의 무대가 더 이상 데이터센터와 소프트웨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가 자동차, 로봇, 공장, 물류, 도시 인프라 등 실제 물리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제조 역량과 모빌리티 플랫폼이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젠슨 황 CEO가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에게 "지금이 바로 현대차의 시간이고, 지금이 바로 여러분의 시간"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 전문성을 갖춘 모든 분야가 이제 AI와 결합하게 된다"며 "그 순간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유의 유머도 섞었다. 젠슨 황 CEO는 "PC방이 아니다. 훨씬 더 큰 방, 빅뱅이다. 미래의 거대한 빅뱅이고 AI의 빅뱅"이라며 "PC방이 아니라 AI 뱅이다. 이것이 미래"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들린 표현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엔비디아가 보는 다음 AI 경쟁의 중심에는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고 작동하는 피지컬 AI가 있고, 그 파트너로 현대차그룹을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날 양측의 발언을 종합하면 협력의 무게중심은 자율주행을 넘어 로보틱스, 제조 인공지능, AI 인프라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젠슨 황 CEO는 로비 질의응답에서도 "자율주행차에서 시작된 모빌리티 파트너십이 로보택시와 모든 종류의 자율 모빌리티로 확장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모빌리티에서 로봇공학, AI 팩토리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 역시 엔비디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사람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결국 엔비디아는 필수불가결하고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이미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부분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AI 밸리'로 넓어진 논의
이날 면담에서는 새만금 AI 밸리 구상도 주요하게 언급됐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새만금 참여가 확정됐다기보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구상과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역량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논의한 성격에 가깝다.
이날 양사는 자율주행 등 기존 협력 분야를 넘어 급변하는 AI 및 모빌리티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만금 AI 밸리를 비롯해 피지컬 AI, 글로벌 표준 AI 에코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젠슨 황 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를 언급하며 처음으로 '새만금 AI 밸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젠슨 황 CEO가 공개적으로 설명한 논의의 축은 모빌리티, 로보틱스, 제조 AI였다. 그는 정의선 회장과의 면담 내용을 묻는 질문에 "모빌리티와 자율 모빌리티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모빌리티를 어떻게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기술 확장과 함께 안전을 핵심 전제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로보틱스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젠슨 황 CEO는 "실제 산업 용도를 위해 로봇공학을 가속화하려면 어떻게 더 깊이 협력할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며 "로봇공학을 산업화할 시간이 매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플랫폼을 제조 현장과 산업 영역에 더 깊게 통합하는 방안이 협력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세 번째 축은 제조 시스템 그 자체였다. 자동차와 로봇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공장과 생산 체계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새로운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젠슨 황 CEO는 "공장 자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의 제조 시스템에 AI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새만금 AI 밸리 구상이 연결됐다. 젠슨 황 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실리콘밸리가 있고, 여기서 여러분은 AI 밸리를 발명하고 있다"며 "AI는 이 지역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의선 회장이 새만금에 엔비디아를 구축하도록 나를 초대했다"며 농담을 섞었지만,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구상과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협력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정의선 회장도 새만금 논의가 검토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새만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투자가 더 들어갈 것"이라며 "AI와 로보틱스가 들어간 새만금 프로젝트를 설명했고, 만약 같이 조인할 의향이 있으면 더 완벽한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한국의 AI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강하게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AI 분야의 최고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한국의 AI 인프라는 AI 연구자, 대학 연구자, 스타트업, 현대차 같은 대규모 회사를 지원하기에도 매우 작다"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AI 팩토리였다. 젠슨 황 CEO는 "자동차가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처럼 AI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AI 팩토리가 필요하다"며 "인간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로봇은 AI 팩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한국이 로봇을 만들 때 로봇의 뇌인 AI 팩토리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만남은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단순 기술 제휴를 넘어 산업 생태계 차원의 협력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율주행, 로보택시, 로보틱스, AI 팩토리, 제조 AI, 새만금 AI 밸리 등 이날 논의된 분야는 모두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모빌리티 기업을 넘어 피지컬 AI 시대의 제조·로보틱스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젠슨 황 CEO가 "지금이 바로 현대차의 시간"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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