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화성시=이민지·이주희 기자 편마비로 불편한 안소정(45) 씨의 다리가 웨어러블 재활로봇의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휠체어에서 벗어나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안씨는 20대 중반 불의의 교통사고로 왼쪽 편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후에는 휠체어에서 벗어나는 간단한 동작조차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가 됐다. 꿈이 많던 젊은 시절 갑작스럽게 찾아온 장애였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꾸준한 재활치료를 이어가며 아주 천천히 일상을 되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약 7년 전부터 이용한 화성동탄아르딤복지관 로봇재활센터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안씨의 곁을 12년째 지키고 있는 홍승화 활동지원사는 “원래 왼쪽 강직이 심해 걷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곳에서 웨어러블 재활로봇을 활용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근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휠체어에서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혼자 장애인 화장실 이용도 가능하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에 위치한 화성시동탄아르딤복지관은 지난 2019년 전국 장애인 복지관 최초로 로봇재활 서비스를 도입하고 복지관 내 로봇재활센터를 조성했다. 지난 5일 찾은 센터에서는 재활로봇을 착용한 복지관 이용자들이 로봇재활사의 안내에 맞춰 재활에 집중하고 있었다.
현재 로봇재활센터에는 뇌졸중, 척수손상 등으로 스스로 걷기 어려운 이용자가 몸을 지지장치에 고정한 채 로봇을 착용하고 런닝머신 위에서 보행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봇’을 비롯해 하반신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3종, 어깨와 팔 등 상지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상지 재활로봇’ 2종, 가정용 소형 재활 로봇 1종 등 총 7종의 재활로봇이 마련돼 있었다.
특히 웨어러블 로봇은 이용자가 로봇을 착용한 채 실내외를 직접 이동할 수 있어 워크봇보다 이동의 자유도가 높았다. 실제 이용자들은 로봇의 도움을 받아 복지관 인근 학교까지 걸어가는 등 실생활에 가까운 환경에서 보행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휠체어에서 벗어나 스스로 두 발로 서고 걸어보는 경험은 이용자들에게 단순한 재활 치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보행 능력 향상은 물론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아효능감을 높이는 계기가 때문이다.
재활로봇은 전문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 재활치료와 차별화된다. 일반적인 보행 훈련의 경우, 환자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치료사가 양 옆에서 몸을 지지하며 함께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치료사에게 상당한 체력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 재활로봇을 활용하면 환자의 신체를 로봇이 받쳐주기 때문에 치료사 1명만으로 보행 훈련이 가능하다. 치료사의 체력적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이용자의 보행 자세와 움직임 등을 보다 세밀하고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게 된다.
◇ ‘억’소리 나는 재활로봇… 유지‧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재활 서비스임에도 재활로봇의 높은 가격은 지역사회 내 보급과 상용화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꼽힌다. 실제 로봇재활센터에 설치된 장비만 보더라도 워크봇은 약 4억원, 웨어러블 로봇은 약 1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다. 상지 재활로봇 역시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8,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도입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의 공모사업 도움 없이는 비영리기관인 복지관이 재활로봇을 도입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화성시동탄아르딤복지관 역시 화성시 지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 선정 등을 통해 재활로봇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도입 비용뿐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도 적지 않다. 이날 로봇재활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화성시동탄아르딤복지관 김은태 부장은 “재활로봇 기업마다 정책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년 보증 기간에 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대체로 로봇 가격의 7% 수준으로 책정되는데, 1억원 가량 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경우 매년 약 700만원의 비용이 고장이 나든 안 나든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등은 보증이 안 되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현재로서는 지자체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사실상 유지를 하는 게 더 중요한데, 이를 위한 공모사업 등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높은 로봇 가격과 유지‧관리 비용으로 이용자 부담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복지관은 기구별 회당 1만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을 매주 2회씩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8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차상위 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이용료를 50~100% 감면하고 있다.
김은태 부장은 “재활로봇이 고가이다 보니 민간 병원 등에서는 공장처럼 풀로 운영한다. 그래야 약간의 마진율이 남는 정도”라며 “비영리 조직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감면 혜택을 제공하면서 로봇 재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장애인 복지관마다 여러 치료 사업들을 하고 있는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며 “어린이 병원처럼 공공 재활 병원이 권역별로 확대된다면 복지관은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