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수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던 보험사 매물에 갑자기 원매자들이 몰리고 있다. KDB생명과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인수전에 대형 금융사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침체됐던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모처럼 온기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KDB생명 예비입찰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참여했다. 예별손보 인수전에도 교보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 흥국화재, OK금융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 7수’ KDB생명…예별손보도 새 주인 찾기 난항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한 뒤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실사 이후 인수를 포기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이번이 사실상 일곱 번째 매각 시도다.
예별손보의 전신인 MG손해보험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영 악화와 자본 부족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이 추진됐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영업정지를 결정했고, 예금보험공사는 보험계약과 자산을 이전하기 위해 가교보험사인 예별손보를 설립했다.
그동안 두 회사는 인수 이후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부담스러운 매물로 평가받아 왔다. KDB생명은 과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예별손보 역시 현재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으로는 건전성 개선과 매각 측의 지원 가능성이 꼽힌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에 따라 KDB생명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고, 지급여력(K-ICS) 비율도 경과조치 적용 기준 205.73%까지 회복했다.
예별손보 역시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성사를 위해 인수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예보가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지원 규모가 확정될 경우 거래 성사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보·한투·OK까지…사업 다각화 수요 확대
금융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도 인수전 열기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금융그룹 간 비은행 경쟁이 격화되면서 보험사 인수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곳이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최근 SBI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KDB생명과 예별손보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금융지주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생명보험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손해보험과 저축은행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보험업 진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보험사를 확보할 경우 증권과 자산운용 중심 사업구조를 보완할 수 있다.
OK금융그룹도 저축은행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보사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비입찰 흥행이 실제 거래 성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KDB생명과 예별손보 모두 추가 자본 확충 부담이 남아 있다. 본입찰 단계에서는 인수 가격과 향후 자금 투입 규모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KDB생명은 이번이 산업은행의 일곱 번째 매각 시도이고, 예별손보 역시 자본잠식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예비입찰 참여자 상당수가 실사를 통해 실제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갑자기 매력적으로 변했다기보다 건전성 부담이 일부 완화되고 금융그룹들의 사업 다각화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며 “다만 실제 인수 여부는 가격과 추가 자본 투입 부담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