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화물선 ‘나무호’의 피격이 이란의 대함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다만 정부는 이란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일단 정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란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력한 항의에 나섰지만, 중동 정세에 따른 우리 국민의 위험이 현실화됐다는 측면에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조사해 온 정부는 전날(27일) 결과 브리핑에서 나무호를 공격한 비행체는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기술분석 결과 엔진이 이란산 터보제트 엔진과 유사했고, 부품에서 이란의 제조사 각인으로 추정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히면서다. 탄두의 형태와 도색 등도 이란의 대함 미사일 누르 계열과 일치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앞서 정부 합동 조사단은 지난 8일 현장조사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이던 HMM의 선박 나무호에서 발생한 화재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상의 비행체’가 나무호의 선미를 타격한 것을 CCTV 등을 통해 확인하면서다. 이후 정부는 현장에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수거해 추가로 분석 과정을 거쳤다. 전날 브리핑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23일 만에 공격 주체를 사실상 이란으로 지목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고의성’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고의성 부분에 대해선 확정하기 매우 어렵다”며 “그쪽에서 인정하지 않는 한 고의성 자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란 내에서도 정규군과 혁명수비대, 프록시(대리 세력) 등 공격 주체가 다양하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박 차관은 “이란 내부 상황에 대해 구체적 주체를 확정하긴 매우 어렵다”고 했다.
◇ 공격 주체도 고의성도 불분명
일단 정부는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하는 등 이와 관련해 이란에 강력한 항의를 표했다. 이란 측은 나무호의 피격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란의 개입 여부에는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적대국에 의한 ‘거짓 깃발 작전’일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같은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의 국가들이 고의로 공격을 한 뒤 이를 이란의 소행처럼 위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못하고 공격 의도마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따라오는 ‘위험성’이다. 이러한 상황에선 정부 대응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8일 YTN ‘뉴스퀘어10’에 출연해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결국 이란 내에서도 대외적인 입의 역할을 맡는 외교부하고 군부하고 손발이 안 맞고 있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실질적으로 나무호를 타격하라는 명령을 상층부에서 했지만 부인하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으로 해석을 하더라도 재발의 위험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나무호 피격과 관련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란 정부는 공격 주체와 목적 등 이번 피격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고 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외교부가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했지만, 늘 해오던 외교적 관례나 말뿐인 항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공식적이고 엄중한 주체 특정을 통해 이란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철저한 손해배상을 이끌어 낼 실제적인 외교·법적 조치에 착수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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