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60조 시대 수혜' 증권주, '자본효율성'이 진정한 승자 가른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올해 하반기 국내 증권산업은 단순한 거래대금 증가에 기댄 단기 실적 장세를 넘어 새로운 전화점을 맞이하고 있다. 고객의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본으로 활용하고 수익(ROE·자기자본이익률)으로 연결하는지가 증권사의 진정한 기업가치(Valuation)를 결정짓는 핵심 잣대로 떠오르면서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김현수 연구원은 "증권주 랠리는 단순한 지수 상승의 동행이 아니라, 국내 유동성 장세와 자본시장 활성화 기대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 결과"라며 "앞으로의 종목별 차별화는 고객자산을 자본활용형 수익으로 전환하는 능력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 폭발하는 가계 유동성…대형 증권주로 '시선 쏠린다'

올해 초 국내 증시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국인 수급 공백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그럼에도 코스피(KOSPI)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다. 과거 외국인이 주도하던 랠리와 달리, 이번 장세를 견인한 것은 막대한 규모로 밀려든 '가계 유동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요구불예금 성장률이 견조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투자자예탁금 성장률은 폭발적으로 급등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방식 변화가 눈에 띄었다. 개별 종목 직접 투자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ETF 일평균 거래대금과 개인누적순매수가 1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가계 유동성은 ETF 편입 비중에 따라 기계적으로 배분되는 특성상, 시가총액과 대표성이 높은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그 결과, 증권업종 내에서도 단순 저평가된 소형주보다는 대형 증권주를 중심으로 강력한 주가 탄력이 형성되며 업종 전반의 재평가(리레이팅)를 이끌었다.

◆ "거래대금은 출발점"…잔고형 수익이 이익 하단 지지

일평균 거래대금이 과거 20조원 내외에서 60조원 이상으로 레벨업되면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은 가시적으로 급증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4개 증권사의 합산 브로커리지 손익은 올해 5조2000억원까지 뛰어오르며 총 영업수익의 34.1%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브로커리지는 증권사 실적 개선의 '점화 장치'일 뿐, 장기적인 체급 확대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수수료율 하락 추세 속에서 동일한 거래대금이 창출하는 수익성은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현수 연구원은 "핵심은 거래가 고객자산과 금융상품잔고로 남고, 이것이 자산관리(WM) 수수료, 신용공여, 발행어음 등 반복 수익으로 전환되는지 여부"라며 "거래대금 확대로 유입된 자금이 플랫폼 내에 축적될 때 증권업의 이익 레벨 상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의 합산 고객자산은 2024년 1분기 1359조원에서 2026년 1분기 2043조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같은 기간 금융상품잔고 역시 455조원에서 584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거래를 마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고 펀드, 신탁, 랩, 채권, 퇴직연금 등으로 스며들며 증권사의 근본적인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자손익은 올해 3조3000억원, 자산관리 수수료 손익은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 브로커리지 실적 변동성을 방어하는 강력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 은행은 '환원'으로, 증권은 'ROE'로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은행업종의 투자 기준이 안정적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바탕으로 한 '주주환원수익률'과 '이익의 안정성'이라면, 성장을 재구축하는 단계에 있는 증권업종의 최우선 가치는 '자본수익효율성(ROE)의 지속성'이다.

김 연구원은 "단순히 자본(레버리지)의 덩치를 키우는 것은 과거 방식"이라며 "규제 비율(NCR)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조달 안정성을 유지하며, 확보한 자본을 얼마나 수익성 높은 운용 자산(ROA)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증권업은 아직 완성된 환원산업이 아니다"라며 "높아진 이익 체력이 주주환원으로 연결될 때야 비로소 추가적인 리레이팅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3년물 및 10년물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하는 국면에서, 유가증권 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고, 비시장성 자산의 부실화(고정이하자산)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운용 역량'이 증권사 밸류에이션의 프리미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조달 경쟁력과 고객자산 활용도에서 완전히 차별화될 것"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각 증권사별로 리레이팅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과 과제도 명확히 엇갈린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발행어음 및 종합투자계좌(IMA) 기반의 막강한 자본활용력을 바탕으로 올해 예상 ROE 21.2%를 기록,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51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리테일과 브로커리지, WM 부문의 압도적 경쟁력을 앞세워 20.1%의 ROE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발행어음 인가 시 확장성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배당 안정성(예상 배당수익률 5.4%)이 돋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유상증자 이후 확대된 자본을 바탕으로 운용 북(Trading Book)과 투자은행(IB) 익스포저를 늘려가며 ROE 희석 우려를 성공적으로 불식시키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스페이스X(SpaceX), xAI 등 차별화된 글로벌 성장 자산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업계 전문가는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은 공통적으로 시장 거래대금 수혜를 입겠지만, 순이익의 실질적 레벨은 '조달 경쟁력'과 '고객자산 활용도'에서 완전히 차별화될 것"이라며 "높아진 이익 체력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으로 직결시키는 기업만이 다가오는 자본시장 패권 전쟁에서 투자자들의 최종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점쳤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거래대금 60조 시대 수혜' 증권주, '자본효율성'이 진정한 승자 가른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