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 “호흡까지 다시 녹음”… 조인성이 경험한 나홍진의 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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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인성이 나홍진 감독과의 첫 작품인 ‘호프’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렸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인성이 나홍진 감독과의 첫 작품인 ‘호프’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렸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칸(프랑스)=이영실 기자  “뚜렷한 공포의 사물이 없이도 우리 얼굴에서 계속 공포감을 전달해줘야 했죠.”

배우 조인성은 영화 ‘호프’를 통해 경험한 공포의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우주와 미지의 존재, 크리처 요소까지 끌어들이며 또 다른 장르적 변주를 시도한 나홍진 감독의 새로운 세계관 안에서 조인성은 마을 청년 성기로 분해 작품 중심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끌고 간다.

조인성은 이번 작품이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공포보다 긴장감과 분위기를 쌓아가는 방식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명확한 대상 없이도 배우의 얼굴과 호흡, 현장의 무드만으로 공포를 끌고 가야 했다는 설명이다.

“뚜렷하게 놓치지 말아야 할 게 현장에서 체감으로 오잖아요. 예를 들면 긴장감 같은 것들이요. 정확한 사물이 없이 연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고 분위기로 이끌어가야 하는 게 있으니까 긴장감과 무드에 대해 굉장히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도 호흡을 통해 그런 무드를 잡기 위해 노력했고요. 뚜렷한 공포의 사물이 없이도 우리 얼굴에서 계속 공포감을 전달해 줄 수 있게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 과정에서 조인성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집요함과 완벽주의를 가까이서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영화가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든 뒤에도 배우들을 다시 불러 세세한 호흡까지 새롭게 녹음했다는 것이다.

“여기 오기 한 달 전에도 호흡을 새로 다시 녹음했어요. 끝까지 작업을 하는 분이에요. 완성본을 새롭게 편집하다 빈 곳이 생기면 기존에 따놓은 호흡을 쓰기보다 직접 다시 와서 호흡을 해주길 원하니까요. 감독님의 철저한 완벽주의적인 성격인 거죠. 영화 개봉이 두 달 정도 남았는데 이미 후시 작업은 끝났었거든요. 이렇게 다시 불러서 작업하는 건 데뷔 28년 만에 처음이었어요. 그 신을 위해서는 날씨도 기다리고 빛도 기다리고 구름도 기다려요.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것은 이틀이 됐든 삼일이 됐든 얻어내야 하는 감독이에요. 그게 나홍진 감독님인 것 같아요.”

조인성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조인성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 집요함은 현장 구현 방식에서도 이어졌다. 영화 속 승마 장면 역시 대부분 실제 촬영으로 진행됐다. 조인성은 ‘호프’가 만들어내는 생동감 역시 그런 현실적인 접근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더미(촬영용 모형)가 아예 없었어요. 다 진짜 말이었어요. 직접 탄 거예요. 생동감을 느꼈다면 거기서 온 거죠. 감독님은 실제로 타는 것과 더미를 쓰는 것의 차이를 관객들이 모를 수도 있지만 아주 미세하게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에요. 그런 것까지 다 한 거죠.”

물론 위험 부담 역시 컸다. 다만 현장은 철저하게 준비됐다고 했다. 조인성은 나홍진 감독이 누구보다 배우 부상을 우려하는 연출자라고 강조했다.

“감독님이 부상을 굉장히 우려하는 사람이에요. 특수 장비까지 다 만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베테랑 무술감독님들을 현장에 불러서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실제로 해야 하는 장면들이니까 다치지 않게 만들었던 거죠.”

조인성은 극 중 성기라는 인물에 대해 단순한 직업적 설정보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정한 이름표보다 마을 안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정서 자체가 성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이야기다.

“예전에 시골에 가면 특정한 직업이 없어도 공동체로 어울려 살잖아요. 전기가 나가면 마을 청년들이 고쳐주고 사냥도 하고 서로 돕고요. 꼭 돈이 오가지 않아도 쌀가마니를 주기도 하고 음식도 나누는 문화들이 있었잖아요. 성기는 그런 정서 안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공개 후 쏟아진 박수에 화답하고 있는 조인성.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영화 공개 후 쏟아진 박수에 화답하고 있는 조인성.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배우로서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이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조인성은 좋은 감독들과 작업할 때마다 자신이 불편한 지점까지 밀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배우에게는 필요한 시간이라고 했다.

“좋은 감독님들과 작업할 때 저를 끝까지 끌어내게 돼요.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도 있잖아요. 행복하게 살 수는 있어도 불편한 지점까지 저를 이르게 하면 또 다른 무엇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고통이 싫다고 피해 가면 자신에게 창피할 것 같아요. 46세가 됐는데도 아직 좋은 감독님들이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해 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축복이죠.” 

칸 국제영화제를 바라보는 태도 역시 담담했다. 배우 개인의 성취라기보다 영화 ‘호프’가 가진 결과와 과정 안에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칸은 물론 영광스러운 자리죠. 그런데 칸이 저를 증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가 가져가야 할 위치와 과정 속에서 함께 온 거라고 생각해요. 칸에 왔다고 해서 배우로서 완성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여전히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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