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밈 마케팅이 화근”…스타벅스 사태에 식품·유통업계 ‘비상’

마이데일리
서울 시내 스타벅스.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로 인해 주요 기업이 마케팅 문구 검수 체계를 재정비하며 리스크 차단에 나서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이 주요 마케팅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스팟성·휘발성으로 상시 운영하는 건 등에 대한 일제 단속에 들어갔다.

유통업계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유행하는 ‘온라인 밈’을 무분별하게 차용하다가 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불매 운동’으로 직결되는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지난 2019년 무신사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문구를 활용한 광고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 해당 광고가 다시 확산돼 재차 사과했다. 아울러 후속 행동으로 박종철기념사업회 후원을 7년간 지속해오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페리카나가 온라인 커뮤니티 유행어와 불륜을 소제로 한 자극적인 밈을 AI 광고 콘텐츠로 활용했다가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는 무리하게 화제성을 쫒다가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타격을 준 사례로 남게 됐다.

2021년에는 GS25가 캠핑 홍보 포스터 속 손 모양 이미지로 ‘남성 혐오 표현’ 논란에 휘말리며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같은 해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과장 홍보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 마케팅이 숏폼·SNS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실무진 재량이 커졌지만, 역사·정치·젠더 이슈와 연결되는 표현은 훨씬 높은 수준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재소환된 무신사 SNS 광고.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 실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 의사결정 구조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기업들은 스타벅스 논란 이후 SNS 콘텐츠 검수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다. 단순 이벤트성 게시물이라도 사회·정치·젠더 이슈와 연결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A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SNS에서 한 번 논란이 불붙으면 개인 채널과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기 때문에 기업들도 훨씬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실무선에서 마무리되던 콘텐츠도 최근에는 임원 단계까지 검수를 거쳐 더 꼼꼼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업계 관계자는 “매일 주요 이슈와 온라인 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민감도가 높은 표현이나 밈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며 “논란 가능성이 있는 표현은 사전에 걸러내는 방향으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SNS 마케팅은 속도와 화제성이 중요한 만큼 자칫 검토가 느슨해질 위험이 있다”며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넘어 가맹점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결재 라인을 전보다 철저하게 운영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위축 분위기가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들마저 공격적인 마케팅을 줄일 경우 소비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6월 월드컵 특수와 여름 휴가철은 치킨·맥주·간편식 업계의 최대 성수기”라며 “업계 전반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서면 기업 실적뿐 아니라 내수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스타벅스코리아는 다음 주 예정됐던 ‘서머 프로모션’과 대표 여름 행사인 ‘서머 e-프리퀀시’를 잠정 연기·취소한다고 사내 공지했다.

지난 18일 발생한 텀블러 프로모션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한 문구(“책상에 탁!”, “탱크데이”)를 사용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최고경영자(CEO)가 경질된 데 따른 자숙 조치다.

스타벅스는 공지문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자숙의 마음으로 행사를 연기 및 취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머 e-프리퀀시는 아이스 음료 구매 고객에게 한정판 굿즈를 증정하는 스타벅스의 대표 여름 이벤트다. 업계에서는 해당 프로모션이 연간 매출의 약 7~8%, 약 28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여름‧겨울 두 차례 진행 때마다 한정판 굿즈가 조기 품절되고 ‘오픈런’ 현상이 반복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행사다.

당장 22일부터 참가 예정이던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의 스타벅스 브랜드 부스 운영도 전면 취소됐다. 주최 측은 행사를 불과 이틀 앞두고 20일 SNS에 “행사 기간 스타벅스 부스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 논란에 대한 부담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논란이 된 ‘탱크 텀블러’ 판매도 중단됐다. 해당 제품 용량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인번호를 연상시키는 ‘503mL’로 표기된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논란까지 확산됐다. 스타벅스 측은 “미국 기준 17온스(502.8mL)를 환산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굿즈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서머 캐리백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고, 지난해에는 미니 가습기 리콜 사태도 있었다. 품질 관리 실패를 넘어 역사 인식 부재로 확장된 것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선 넘은 밈 마케팅이 화근”…스타벅스 사태에 식품·유통업계 ‘비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