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는 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어떤 도시는 과밀로 몸살을 앓는다. 산업은 흔들리고 돌봄은 부족하며, 개발은 삶과 충돌한다. 시사위크는 6·3 지방선거를 맞아 기획 시리즈 ‘도파민(도시로 파악하는 대한민국 미래)’을 통해 대한민국을 ‘사라지는 도시’와 ‘생겨나는 도시’라는 두 흐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도시가 처한 현실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함께 분석하며, 도시의 오늘 속에서 대한민국 미래의 ‘도파민’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앞다투어 ‘공공기관 이전’ 공약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6·3 지방선거는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와 맞물리며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공공기관의 이전은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증가하며 소비가 활성화되는 연쇄 효과를 가져온다. 문제는 기관은 한정돼 있고, 원하는 지역은 많다는 데서 발생한다.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공공기관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심화하는 이유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 문제는 이러한 상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서 촉발된 한예종 이전 논의는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본격 확산했다. 민형배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취지에 적합하고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예종 이전 문제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 중 하나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파주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파주는 물론 고양과 과천, 송파구 등에 출마한 지자체장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뿐 아니라 세종시 선거 현장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각 지역이 경쟁적으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양상인 셈이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한예종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그간 지방선거 과정에선 다양한 지역의 여러 후보가 공공기관 유치를 공약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선거에서 당선됐던 김관영 전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대기업 유치와 함께 금융공공기관 유치를 병행하겠다고 했고, 김진태 전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한국은행 본점을 춘천에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역소멸 대응기금을 공약하며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촉진을 약속했다.
◇ 6·3 지선도 ‘공공기관 유치’ 공약 활활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공약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2차 이전’ 흐름과 연계돼 이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일제히 ‘IBK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산시장에 출마한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해양환경공단 등 해양 관련 기관 이전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KDB 산업은행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 후보들이 공공기관 유치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따른 지방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전이 이러한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소멸을 막는 차원이 아닌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있다.
이러한 기대는 이전의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중 전남 나주, 강원 원주, 충북 진천, 제주 서귀포, 세종 등의 경우 실제로 인구가 증가했다. 전국 혁신도시의 병원·마트와 같은 편의시설도 2018년 5,977개에서 2024년 7,733개로 증가하는 등 실질적 도시 성장의 효과를 불러왔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입증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기관 이전 공약은 그 자체로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관을 유치하려는 지역은 균형발전과 지역 활성화를 주장하지만 기존 소재 지역에서는 산업 생태계 붕괴와 지역 경쟁력 약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한예종 이전 논의와 관련해 이승로 민주당 성북구청장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번 법안은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없이 선거를 앞두고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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