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브랜드⑤] “한국 오면 무조건 마신다”…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외국인 ‘편의점 필수템’ 된 비결

마이데일리

한류는 지금 K-팝·드라마에서 성큼 전진해 K-푸드, K-뷰티, K-패션으로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각 기업을 대표하는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탄생 배경부터 성장 전략, 글로벌 확장 과정까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빙그레가 2022년 선보인 바나나맛우유 '어흥 에디션'.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서울 명동과 홍대, 공항에서 노란 바나나맛우유를 들고 인증샷을 찍는 외국인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 세계 30여개국으로 수출되며 ‘K-드링크’ 대표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K-드라마와 예능, 편의점 문화, SNS 인증 확산이 맞물리면서 음료 이상의 체험형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는 외국인이 한국 여행 시 반드시 경험하는 ‘K-컬처 체험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관광 소비의 한 축이 됐다. 달항아리를 연상시키는 단지형 용기는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인식되며 상징성을 키웠다.

국내 하루 평균 판매량은 약 100만개. 가공유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제품이다.

◇ 달항아리 닮은 ‘단지 용기’…모양 자체가 브랜드

제품 경쟁력 핵심은 ‘배불뚝이 용기’다.

단지 용기 디자인은 도자기 박람회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용기는 폴리스티렌 소재를 활용해 상·하컵을 마찰열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까다로운 공정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이 공정 설비를 다룰 수 있는 회사는 빙그레가 유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 /빙그레

이 독특한 용기는 기울여도 쉽게 넘치지 않는 구조와 바나나 원물의 노란색을 살린 반투명 디자인으로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잡았다.

빙그레는 2016년 용기 모양 자체를 상표권으로 등록했으며, 50년 이상 된 제품만 가능한 국가등록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식품 용기가 브랜드 상징이자 문화 자산으로 확장된 이례적인 사례다.

외국인이 바나나맛우유를 처음 접하고 가장 놀라는 사실 중 하나는 제품 성분이다. 과거 해외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바나나우유인데 진짜 바나나가 거의 들어있지 않다”는 게 화제가 됐다.

바나나 캔디를 연상시키는 달콤하고 이국적인 풍미는 오히려 미국·유럽 시장에서 “익숙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이라는 독특한 평판을 얻고 있다.

◇ “없으면 만든다”…중국 시장 뚫은 역발상

중국은 바나나맛우유 글로벌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중국 시장 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2008년이다. 당시에는 전통적으로 우유 소비 문화가 적었고 가공유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황무지였다. 수요 창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빙그레는 ‘역발상 접근’을 시도했다.

서울 명동의 한 편의점에 마련된 바나나맛우유 별도 매대. /방금숙 기자

6개월간 협상 끝에 로손 편의점에 처음 입점한 물량은 50박스. 그러나 제품을 맛본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문이 폭증하며 현지 가동 생산설비를 긴급히 증설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국 진출 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전략도 적중했다. 서울역과 제주 관광지 등 주요 거점에 중국어 광고를 노출했고, 관광객들이 SNS 인증 사진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가 형성됐다.

이후 바나나맛우유는 중국 관광 가이드북과 SNS에서 ‘한국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빙그레는 2014년 상하이에 해외법인을 설립한 뒤 편의점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 ‘뚱바 커피’ 확산…K-편의점 놀이 콘텐츠로 진화

최근에는 모디슈머 트렌드를 타고 소비 방식이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틱톡과 유튜브 숏폼을 중심으로 얼음컵에 편의점 파우치형 아이스 헤이즐넛 커피와 바나나맛우유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뚱바 커피 레시피’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 라떼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한국 편의점의 숨은 명물”로 입소문이 났다. 주요 관광지 편의점에는 아래 두 제품을 함께 진열하는 전용 매대도 등장했다.

바나나맛우유는 컵라면, 삼각김밥과 함께 ‘K-편의점 경험’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했다.

빙그레가 선보인 봄(위), 겨울 한정 출시 라인업. /빙그레

브랜드 경험은 굿즈와 협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플래그십 스토어 ‘옐로우카페’에서는 열쇠고리, 쿠션, 립밤 등이 조기 품절되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도자 브랜드 ‘이도온화’와 협업해 한정판 도자기 식기세트를 선보였다.

제품군은 바나나맛우유 오리지널을 비롯해 딸기맛, 메론맛, 라이트 제품과 함께, 저당 트렌드에 발맞춰 당 함량을 27g에서 약 9g으로 낮춘 ‘바나나맛우유 무가당(제로슈거)’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 ‘단지의 수출 딜레마’…유제품 검역·물류비도 변수

글로벌 인지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제약은 남아 있다.

바나나맛우유는 냉장 유통이 필수인 제품 특성상 장거리 수출에 제한이 있고 소비기한도 상대적으로 짧다. 이를 보완해 상온의 멸균 제품을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 편의점에서 경험한 특유의 ‘단지 감성’ 구현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콜드체인이 필요한 유제품 특성에 따른 물류비 부담과 자국 낙동 산업 보호를 위한 각국의 엄격한 검역 규제도 변수다. 현재 해외 판매는 한인마트와 아시아 식품 유통망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해외 수출용 바나나맛 멸균 우유 디자인. /빙그레

그럼에도 빙그레는 전반적인 해외 사업 성장에 힘입어 견고한 펀더멘털을 보여주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약 1조 4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2.3% 소폭 증가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지역 수출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에도 해외 수출액은 534억 22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의 18.6%를 견인하며 안정적인 글로벌 성장판을 증명했다.

◇ 멕시코·북미까지 확대…“K-드링크 대표 브랜드로”

빙그레는 해외 생산 투자보다 현지 법인을 활용해 유통망을 촘촘히 넓혀가고 있다. 현재 미국·중국·베트남 법인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12월 호주 법인을 신설해 오세아니아와 유럽 시장 공력에 나섰다.

이 가운데 미국과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외형과 내실 모두 성장했다. 중국의 경우 매출 346억으로 전년 대비 17.7% 줄었으나, 순이익은 1억6000만원에서 20억원으로 20배 이상 뛰었다. 최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 미주 시장과 태국 등 아시아 시장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멕시코 '엑스포 안타드 2026' 바나나맛우유.메로나 홍보 부스. /빙그레

지난달 완료된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역시 글로벌 사업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붕어싸만코 등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묶어 유통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합병 이후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차남 김동만 사장이 전체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글로벌 전략 실행 속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50년 넘게 소비자 일상과 함께해온 브랜드”라며 “해외 사업 확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 신제품 출시를 통해 한국의 맛과 문화를 전파하는 글로벌 K-푸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글로벌 K-브랜드⑤] “한국 오면 무조건 마신다”…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외국인 ‘편의점 필수템’ 된 비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