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전기차로 다시 쓴 퍼포먼스”… 베일 벗은 AMG GT 4-도어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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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측면부.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데일리 = 함부르크(독일) 윤진웅 기자]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WORTH THE WAIT.)”

지난해 11월 메르세데스-벤츠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를 두고 남긴 한마디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AMG의 퍼포먼스 전기차를 기다려온 전 세계 운전자들의 기대감을 단숨에 끌어올리기엔 충분했다.

그로부터 6개월. 현장에서 직접 본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는 단순한 전기 퍼포먼스카가 아니었다. AMG가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차였다.

AMG는 전기차로 넘어오면서도 AMG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더 빨라졌고, 더 정교해졌고, 더 집요해졌는데도 여전히 감정을 건드린다. 기다릴 가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굳이 답을 덧붙일 필요조차 없었다.

◇ 철통 보안 속 드러난 첫인상…낮고 길게 엎드린 전기 GT

마이데일리는 지난달 메르세데스-AMG가 마련한 비공개 프리뷰 현장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를 직접 확인했다. 현장 분위기부터 남달랐다. 사진 촬영은 물론 메모조차 엄격히 통제됐다. 통역사가 들고 있던 메모장까지 제지당할 정도였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이 차를 둘러싼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AMG가 이 차를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다음 시대의 선언’으로 보고 있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더 세련됐다. 멈춰 있는데도 달리는 듯한 패스트백 실루엣, 길고 낮게 깔린 차체, 이를 드러낸 채 달려드는 듯한 전면부, 그리고 삼각별을 호위하듯 좌우에 각각 배치된 3개의 삼각형 그래픽의 테일램프는 이 차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짐작케 했다. 특히 차체 하부에 대형 배터리를 깔고도 이전 세대보다 4㎝ 더 낮게 설계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이 낮고 길게 엎드린 비율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후면부. /메르세데스-벤츠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휠 스포크는 무게 감량을 위한 특수 설계가 적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

두 개의 액티브 AEROKINETICS 벤츄리 플로우와 액티브 리어 디퓨저 또한 세련미를 더했다. 평상시엔 감춰져 있지만, 시속 120㎞ 이상 고속주행 시 자동으로 작동한다. 고속에서는 다운포스와 안정성을 높이고, 저속에서는 효율과 디자인 모두를 챙긴다. 옵션에 따라 수동 조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존재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언제든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여기에 헤드램프 냉각을 위해 공기 흐름을 활용하는 독특한 설계, 경량화를 위한 휠 스포크, 어깨 라인에 가깝게 세운 사이드미러 배치까지 하나하나 따로 보면 작은 디테일이지만, 모아놓고 보면 AMG가 얼마나 이 차에 공을 들였는지 감이 왔다.

무엇보다 승차감과 공간이 의외였다. 패스트백 디자인을 보면 2열이 답답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 앉아 보니 전혀 달랐다. 발 아래 공간을 움푹 파서 레그룸을 확보했고, 헤드룸도 177㎝ 성인 남성 기준 주먹 하나 정도는 남았다. 물론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은 없지만, 4도어 쿠페의 실용성을 높이려는 고민은 분명히 느껴졌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의 실내는 주행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메르세데스-벤츠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는 4도어-쿠페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2열 좌석의 공간을 최대로 확보했다. /메르데세드-벤츠

◇ 1169마력의 비밀…축방향 자속 모터와 800V 배터리

전기모터는 총 3개가 들어간다. 후륜에 2개, 전륜에 1개다. GT 63 4-도어 쿠페 기준 시스템 최고출력은 860kW, 마력으로 환산하면 1169마력에 달한다. 최대토크는 2000N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2.1초, 시속 200㎞까지는 6.4초면 충분하다. 최고속도는 드라이버 패키지 적용 시 300㎞/h다.

수치만 놓고 보면 비현실이다. 그런데 AMG가 진짜 강조한 건 ‘한 번의 피크 파워’가 아니었다.

올리버 간츠만(Oliver Ganzmann) 메르세데스-AMG 제품 기획 담당은 “더 뉴 AMG GT 4-도어 쿠페는 퍼포먼스의 기준을 다시 쓰기 위해 만든 차”라며 “이 차의 핵심은 최고출력이 아니라 그 출력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드라이브트레인 자체가 단순 순간 폭발력이 아니라, 고속 랩을 반복해도 반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반복해서 코너를 돌아도 같은 반응을 내는 차가 목표였다”고 말했다.

실제 이 차는 AMG의 전기차 전용 고성능 플랫폼 AMG.EA를 바탕으로 개발된 첫 양산 모델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양산 전기차 최초로 적용된 축방향 자속 모터(axial flux motor)가 있다.

퍼포먼스의 비결은 배터리다. F1 기술을 기반으로 한 800V 시스템, 직접 냉각 방식의 원통형 셀, 그리고 셀별 열 관리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한 성능을 낸다. AMG 관계자는 “배터리 개발의 우선순위는 오직 퍼포먼스였다”며 “지속 성능, 정밀한 응답, 빠른 충전, AMG 스타일의 드라이빙을 동시에 구현해야 했다”고 말했다.

충전 성능도 강렬하다. 최대 600kW 충전을 지원해 단 10분 만에 46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을 채울 수 있다. 일반적인 10%에서 80%까지 충전 시간도 11분에 불과하다. 전기 스포츠카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길고 답답한 충전 시간’을 정면으로 깨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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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까지 전기화…사운드·세팅·철학 모두 AMG답게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에서는 다른 퍼포먼스 전기차와의 차별화를 위한 집요함도 볼 수 있었다.

먼저 차 안에는 AMG RACE ENGINEER가 들어간다. 운전자는 별도 컨트롤 유닛을 통해 가속 반응 속도, 민첩성, 트랙션 개입 정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응답성 컨트롤은 가속 페달에 대한 전기 모터 반응 속도를 바꾸고, 민첩성 제어는 코너링 특성 자체를 변화시킨다. 언더스티어부터 중립, 오버스티어까지 차의 성격을 넓게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랙션 컨트롤 역시 9단계로 세밀하게 다듬을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들은 설명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건 “휠베이스 길이가 가상으로 달라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두 개의 후륜 모터를 활용해 좌우 토크를 정교하게 나누다 보니, 차는 상황에 따라 짧은 휠베이스 스포츠카처럼 재빠르게 방향을 틀 수도 있고, 긴 휠베이스 GT처럼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을 수도 있다.

AMG 감성의 핵심인 ‘사운드’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AMG FORCE S+ 모드로 들어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V8 엔진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함께 햅틱 피드백까지 전달한다. 시뮬레이션된 기어 변속 시점에는 시트벨트가 살짝 당겨지고, 몸에는 마치 내연기관 AMG를 타는 듯한 충격감이 전해진다. 단순히 소리만 흉내 낸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리듬까지 설계한 것이다.

펠릭스 지게만(Felix Sieggemann) 메르세데스-AMG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전기차라고 해서 AMG 특유의 감각을 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AMG는 전기차로 전환하면서도 특유의 상징인 ‘ONE MAN, ONE ENGINE’ 철학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갔다. 내연기관 AMG 엔진룸엔 조립 담당자의 이름이 적힌 플라크가 붙는다면 이 차에는 QR코드를 넣었다.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전기모터를 만든 21명의 엔지니어 가운데 한 명이 등장하는 영상이 재생되도록 했다. 전기차 시대에 맞게 철학에도 혁신을 더한 셈이다.

제동 시스템도 AMG 명성에 걸맞았다. 앞 차축에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뒤 차축에는 스틸 브레이크를 조합한 유압 복합 브레이크 시스템이 들어간다. 회생제동과 마찰제동, 혹은 두 시스템의 조합 여부와 관계없이 운전자에게 일관된 페달 감각을 주기 위한 설계다. 서스펜션은 AMG ACTIVE RIDE CONTROL 에어 서스펜션이 맡는다. 3단계 조절식 에어 스프링과 세미 액티브 롤 안정화 기능으로 스포츠카의 민첩성과 장거리 GT의 편안함을 동시에 노린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프렁크 용량은 41리터다. /메르세데스-벤츠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의 트렁크 용량은 417리터다.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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