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전남 보성의 고요한 풍경 속에서 생명과 생명이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펼쳐진다.
보성군립 백민미술관이 자연과 인간, 동물의 상생과 교감을 화폭에 담아온 김선희 작가를 초청해 기획전 '그렇게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가 좋은가'를 선보인다. 전시는 지난 5월 1일 시작돼 오는 6월1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제목부터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나태주 시인의 시 '가을날 맑아' 속 문장에서 가져온 '그렇게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가 좋은가'라는 문장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생명의 의미를 조용히 환기한다. 김선희 작가는 이 문장을 자신의 오랜 작업 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언어라고 말한다.
그의 그림은 늘 인간 중심의 세계 밖으로 시선을 확장해 왔다. 인간과 동물, 곤충과 자연, 그리고 사라져가는 생명들까지 작가는 한 화면 안에 불러들여 서로의 숨결을 포개듯 배치한다. 기후위기와 멸종이라는 시대적 불안을 정면으로 외치기보다는, 상징적 존재들과 몽환적 색채를 통해 생명의 존엄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번 신작들 역시 인간과 자연, 동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조우에서 출발한다.
화면 속 여성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대지와 하늘을 잇는 통로이자 생명의 흐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존재한다. 작품 곳곳에 스며든 금빛은 장식이 아닌 신성한 생명의 에너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생명의 흐름을 시각화한 상징이기도 하다.
벌과 동물들은 또 다른 언어로 등장한다. 인간 바깥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같은 호흡으로 살아가는 생명의 전령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오래된 진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형상을 그리는 회화라기보다, 존재와 존재가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상징적 우주'를 빚어내는 작업에 가깝다.
짙푸른 화면 위에 흐르는 감성은 관람객에게 묘한 평온을 남긴다. 거대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지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은 결국 인간만을 향한 문장이 아니라,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향한 인사처럼 읽힌다.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선희 작가는 2010년 이후 20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그룹전을 이어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광주예술의전당 초대전 'My little hero', 'Beyond blue-슬픔을 넘어 희망으로', 'What a wonderful world' 등 다수의 전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2020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 베이징창작센터 레지던시에 참여했고, 금호갤러리 영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선희 작가는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 동물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숨결로 이어지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싶었던 작업입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너무 쉽게 지나치는 존재들 또한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지, 그림 앞에서 잠시라도 함께 느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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