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미국 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 관세가 위법하다고 본 데 이어 대체 수단으로 활용했던 ‘무역법 122조’에 기반 글로벌 관세도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잇따라 흔들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어떤 우회로를 찾을 것인지,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하자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를 근거로 글로벌 관세 10%를 발효시켰으나 법원에 의해 재차 막힌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무역적자’가 무역법 122조가 전제하는 ‘국제수지’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봤다. 미국의 무역법 122조는 대규모 국제수지 적자 또는 달러 가치 급락 대응을 위한 임시적 비상수단인데, 이를 근거로 보편 관세를 부과하려 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조문을 광범위하게 적용했다는 취지다.
미국 사법부에 의해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렸지만, 이러한 효과가 우리 기업에 즉시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법원이 관세 조치 전체를 중단시키는 ‘보편적 금지명령(universal injunction)’을 내리지 않았고 소송을 제기한 두 업체와 워싱턴주에만 제한적으로 효력이 발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 미국 ‘관세 부과’ 새 국면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관세 정책’을 대외통상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 온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만큼, 우회 방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유럽연합(EU)에 무역 합의 비준을 촉구하며 이행되지 않을 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관세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주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해당 조항은 특정 물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수량이나 상황에서 수입되는 경우 관세 부과 조치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나아가 우리 산업의 핵심인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품목도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특정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법 301조의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301조의 경우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가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경우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으로, 미국은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과 유럽연합에 대해 관련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공정 무역관행을 한 국가와 협상을 진행한 뒤 합의되지 못하면 보복 조치를 하는 무역법 310조가 사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새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우리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전개에 따라 정부의 대응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동향 파악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관련 동향을 지속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기존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균형 확보라는 원칙하에 차분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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