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조작 기소 특검 추진과 관련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충분한 숙의를 거칠 것을 당부했다. 조작 기소 특검을 두고 야권이 총공세에 돌입한 데다가, 여당 내부에서도 당면한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조작 기소 특검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구체적 시기나 절차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방법론에 대해선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이 종료되자마자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정조사에서 윤석열 정권 당시 검찰의 불법 행위와 부당한 수사 정황이 드러난 만큼, 수사를 통해 이를 철저히 밝히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의혹 규명을 위한 과정이라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야권은 이러한 특검이 궁극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이 기존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 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공소 취소 조항’을 문제 삼으면서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 시점 조절한다지만 불씨는 여전
야권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동 전선 구축에도 나섰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와 개혁신당 조응천 경기지사 후보와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등이 이날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특검을 ‘사법 정의’에 대한 위해로 규정하고 정당과 진영을 떠나 모두와 연대하겠다는 입장이다.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를 30일 앞두고 이번 사안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가장 답답한 것은 일선 후보들이다. 특히 험지 출마자의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 중도층 이탈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이날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한 공약 발표회 후 ‘어려운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후보들을 처지를 생각해 달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간 이번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던 청와대가 입을 연 것도 자칫 이번 상황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의 표심이 이탈하고 보수가 결집하는 상황으로 흘러간다면 선거 판세의 역효과를 넘어 국정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부 논의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법안 처리 시점을 선거 이후로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대통령과 여당 모두 특검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 않은 만큼, 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절차와 시점’에 대한 숙의만 강조했을 뿐, 특검의 공소 취소 권한 등 쟁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정치권 공방의 영역으로 남겨 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해충돌’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의 강행 의지는 야권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용은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이라며 “‘이재명 하명 입법’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