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리 인상 사이클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정부 소비 부양책에 힘입어 경기가 당초 우려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3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 상승과 공급 충격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 부총재는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금리 인하 이후 7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한은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유 부총재는 "경기는 생각보다 크게 나빠지지 않았고, 물가는 2.2%보다 더 높아질 상황"이라며 "인하 사이클에 있던 금리가 외부 충격과 경제 여건에 따라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대응해서 눌러줘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정책대응을 포함하더라도 상방 압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등 대응책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기를 견인하고 있지만, 낙수효과 부재는 구조적 과제로 꼽았다. 그는 "과거처럼 반도체 경기가 좋으면 국내 소비도 늘고 건설도 하는 낙수효과가 없다는 게 하나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반도체 사이클이 기존보다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어 그 기간 안에 다른 경기를 부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5월 금통위 점도표 상향 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유 부총재는 "5월 금통위 앞둔 시점에서 경기·물가 상황이 확인된다면 2월 점도표보다는 올라갈 여지가 많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점도표에서는 금통위원 21명 중 16명이 현 기준금리(2.50%) 유지, 4명은 2.25% 인하, 1명만이 2.75% 인상을 전망한 바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신중한 태도도 유지했다. 유 부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하루 다르게 얘기하니 아직 2주 넘게 남은 상황을 더 확인해야 한다"며 "5월 금통위까지 지켜본 뒤 필요한 경우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원화 환율에 대해서는 펀더멘털 대비 고환율 상태임을 인정하면서도 직접적인 평가는 피했다. 유 부총재는 "경상수지 흑자, 물가 수준, 성장 등을 볼 때 환율이 과거에 비해 높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외국인들도 한국 펀더멘털 대비 왜 이렇게 환율이 높냐고 묻더라"고 전했다.
원화 국제화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에 대해서는 "원화 국제화를 MSCI 편입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신현송 총재가 구상하는 원화 국제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가 더 많이 쓰이는 오픈된 환경을 통해 원화가 자금 유출입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측면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오는 2027년에 1.5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것과 관련해서는 "한은은 2% 수준에서 소폭 하향되는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은 추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지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변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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