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권리 주체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담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발의 9년 만의 결실에 장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2017년 처음 국회에 제출됐다. 해당 법안은 ‘UN 장애인권리협약’을 근거로 탈시설화의 개념을 정의하고, 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를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존 시설 중심의 보호체계를 넘어, 국내 장애인 복지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법안으로 주목받아왔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19조(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탈시설화 등)는 자립생활 권리보장을 위한 탈시설화의 원칙과 국가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이를 위해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제한하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탈시설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가능하기 위한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이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분리되지 않도록 장애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거주 및 통합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도 명시했다.
이와 함께 법안은 장애인을 기본적 권리의 주체로 명확히 하며 △존엄권 △평등권 △자기결정권 △참정권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비롯해 △생활안정 지원을 받을 권리 △직업선택권 △안전권 △건강권 △이동 및 접근권 △체육활동에 관한 권리 △사법 접근권 등 총 18개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
장애인 권리보장 관련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현재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장애인정책위원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한국장애인권리보장원’으로 변경‧개편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을 맞아 모인 자리에서도 탈시설 필요성을 강조했던 장애인들은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24일 김동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표는 공식입장을 통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이로써 장애인은 집단수용시설 정책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탈시설 권리’를 마침내 권리로 보장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제19조(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탈시설화 등)를 넘어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 이행에 따른 정책 수립과 시행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정치인과 시설 옹호자들이 장애인권리보장법 논의 과정에서 조차 ‘시설이 필요한 사람’을 운운하며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이는 전 세계 장애인들이 수십 년 간 탈시설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역사를 부정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역사회에서의 보통의 삶’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또한 환영논평을 통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500만 장애인과 함께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제정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국가 책임 체계로 완성할 수 있는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계속해서 “장애를 ‘개인의 의학적 결함’이 아닌 사회적‧환경적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는 ‘사회적 모델’을 법적 정의로 명문화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장애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 상설화’와 ‘장애인권리보장특별기금’ 설치가 최종안에서 제외된 것은 권리 보장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킬 국가 책임 구조의 핵심 축이 빠진 중대한 공백”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약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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