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고 걷어차고', 중계로 볼 수 없었던 '밀당'...박찬호가 김도영을 깨물고 걷어찬 이유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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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찬호가 KIA 김도영의 어깨를 깨물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지만, 때로는 중계 카메라 앵글 밖에서 진한 사람 냄새 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게 야구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그랬다. TV 중계 화면이 타석의 긴장감을 비추고 있을 때, 현장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는 중계방송으로는 볼 수 없었던 찰나의 우정이 포착됐다.

사건의 발단은 1회말이었다. 두산의 리드오프 박찬호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특유의 기동력으로 2루를 훔쳤고, 후속 타자 땅볼 때 3루에 안착했다. 그곳에는 불과 몇 달 전까지 KIA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내야를 지켰던 후배 김도영이 있었다. 유니폼은 달라졌어도 김도영은 박찬호가 가장 아끼는 귀여운 후배다. 그래서 박찬호는 김도영 옆에 딱 붙어서 쉴 새 없이 장난을 걸며 아는 척을 유도했다.

두산 박찬호가 KIA 김도영에게 장난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두산 박찬호가 KIA 김도영에게 발차기를 하며 장난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하지만 어느덧 KIA의 핵심 내야수로 성장한 김도영은 단호했다. 치열한 승부의 순간, 선배의 짓궂은 장난을 애써 외면하며 경기에만 몰두했다. 서운함이 폭발한 걸까? 박찬호는 급기야 김도영의 오른쪽 어깨를 살짝 깨무는 투정을 부리더니, 그래도 반응이 없자 가벼운 발차기까지 날리며 관심을 유도했다. 관중석의 일부 팬들만이 이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형이랑 같이 한 시간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서 후회돼요. 제게 야구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어요." 지난해 11월, 박찬호가 FA를 통해 두산으로 둥지를 옮길 당시 김도영이 SNS에 남긴 진심 어린 속내다. 2024시즌 KIA 통합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여전히 돈독했다.

박찬호가 KIA 시절 김도영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광주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2022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도영에게 박찬호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야구의 길을 알려준 스승이었다. 이제는 적이 되어 서로를 막아 세워야 하는 운명이지만, 이날 3루에서 보여준 투닥거림은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넘어선 진짜 형제 같은 모습이었다.

경기는 치열한 기록의 연속이지만, 방송 화면 밖에서 포착된 두 선수의 장난은 야구가 결국 사람이 하는 스포츠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박찬호의 짓궂은 발차기 속에는 그리움이, 김도영의 무심한 표정 속에는 선배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기록지에 남지 않는, 그러나 팬들의 마음속에 깊이 남을 이런 따뜻한 모습이 야구장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다.

[두산 박찬호가 KIA 김도영의 어깨를 물며 장난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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